지역운수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정구속돼 항소한 이재홍 파주시장(60)의 2차 공판에서 이재청 전 비서팀장이 이 시장이 돌려주라고 한 금품을 자신이 가지려 보관하고 있었다가 뒤늦게 반환하는 바람에 일이 크게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보) 심리로 14일 열린 이재홍 시장 등 4명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재청 전 비서팀장은 변호인과 검찰의 심문에 “이재홍 시장님이 운수업체를 운영하는 내 친구 김임준 대표가 가져온 미화 1만 달러와 현금 1천만 원, 상품권 2천만 원어치 등을 그때그때마다 돌려주라고 지시를 했으나 친구 김임준이 그런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냐며 실망을 할까 봐 차마 반환하지 못하고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재청 전 비서팀장은 ‘친구의 실망도 있겠지만 그 금품을 착취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변호인의 추궁에 “사실 내가 친구 김임준 대표가 운영하는 운수업체의 또 다른 회사 파인투어의 대표로 있으면서 대기업 통행버스 감차 계획을 막아야 하고, 버스 구입비 중 2억6천만 원의 연대보증과 비서팀장 퇴직 후 안정적인 대표 자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등 여러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금품을 그냥 내가 가져도 될 것 같았다.”라고 증언했다.
이재청 전 비서팀장은 또 친구 김임준 대표가 대기업의 통근버스 감차 계획을 막아달라는 거듭된 부탁을 하자 “지금 시장님이 기업지원과 직원에게 지시해 대기업의 군기를 잡으라고 했다.”라는 허위문자를 보내 김임준 대표를 안심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이재청 전 비서팀장은 이재홍 시장이 상품권을 바로 돌려주었는데도 계속 또 가져오는 김임준 대표를 혼내주어야겠다며 만날 약속을 잡으라는 지시에 탄현의 한 호텔로 장소와 시간을 정한 후 이재홍 시장과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면서 김임준 대표에게 상품권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은 이 전 비서팀장에게 “이재홍 시장이 반환 지시한 금품을 아직 돌려주지 않은 게 들통날까 봐 약속 장소에 김임준 대표의 남동생을 시장의 허락도 없이 참석시키는 등 비서팀장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시장이 법정구속 되는 등 일이 커진 것 아닌가?”라며 추궁했다.
이재청 전 비서팀장은 “사실 반환하지 않았다는 것을 진작 실토했어야 했는데 신분이 공무원이라서 횡령 등의 처벌 우려가 있었고, 또 이런 내용을 아내가 알게 될까 봐 본의 아니게 숨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김임준 대표는 수십여 년 함께 지낸 친구여서 금품을 즉시 돌려주지 않거나 아예 반환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홍 시장 변호인은 재판부에 보석신청 심리를 요구했고, 재판부는 곧 심리를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홍 시장 측은 법원의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면 4월 말이나 5월초에 석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홍 시장의 3차 공판은 5월 24일 오후 3시 30분 서울고등법원 서관 제403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