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미군위안부 19명 등 12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재판에서 국가가 성병 관리를 위해 이른바 몽키하우스 등 격리시설에 위안부를 강제 구금한 것은 위법하다며 기지촌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미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한 최초의 법원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부(재판장 전지원)는 20일 이대선 씨 등 57명에게 각 500만 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법적 근거 없이 성병에 감염되거나 감염자로 지목된 미군위안부를 1977년 전염예방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강제로 격리 수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국가가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소멸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국가의 강제 격리 수용 치료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공권력의 억압 등으로 위법하다고 인식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성 판사인 전지원 재판장은 “국가 권력기관의 국민에 대한 불법 수용 등 가혹행위는 결코 일어나거나 되풀이돼서도 안 될 중대한 인권침해다. 국제적으로도 이같은 중대한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무엇보다 우리 정부 스스로 미군을 상대로 하는 기지촌 여성을 ‘위안부’라고 부르고 관리했다는 점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민변은 또 “국회는 지금이라도 피해 진상조사와 생활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현재 대부분 생활보호대상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치유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파주지역의 성병관리 문제점을 취재한 현장사진연구소의 30분짜리 동영상과 조영애 사진가의 증언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 동영상에는 당시 성병관리소를 운영한 송달용 전 파주시장, 파주시보건소 강의준 임상병리사, 이명향 간호사 등 공무원을 비롯해 미군클럽 위안부와 포주의 증언이 담겨 있다.
파주에서는 기지촌 자치회장을 지낸 박묘연(78) 씨 등 19명이 소송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