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날 파주시청 대회의실에서 2020년 상반기 공무원 퇴임식이 열렸다. 최종환 시장은 정년을 마친 퇴직공무원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고 사회로의 첫 발을 축하했다. 퇴임식을 마친 한 공무원은 유명 제과점을 찾아 방부제를 빼고 소화가 잘 되도록 노인들이 먹기 편한 빵을 만들어 달라고 특별 주문했다. 무려 수백만 원어치다. 이 공무원은 평소 기지촌 할머니들의 삶을 가까이 접하면서 자장면 한 그릇 대접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는데 이렇게 훌쩍 수십여 년이 지났다며 아쉬워했다. 제과점도 공무원의 선행에 동참해 유명 브랜드의 커피음료 50여 만 원어치를 기지촌 할머니들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마련된 빵과 음료는 파주시청 육상부 장예은 코치와 봉일천4리 경로회 이응천 자문위원, 현장사진연구소 조영애 사진가의 도움으로 조리읍, 파주읍, 문산읍, 파평면, 법원읍 등에 전달됐다. 최근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파주시의회 이효숙, 최창호 의원과 ‘재파함양향우회’ 회원, 파주시 공기업 대표 등이 농산물과 마스크, 라면을 옛 기지촌에 보내는 등 기지촌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이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첫 번째다. 파주시의회(의장 손배찬)는 22일 오전 10시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자치행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올라온 조례를 통과시켰다.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최유각) 윤희정 간사는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심사 결과보고에서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은 사회적 낙인과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지촌 여성들의 명예회복, 생활안정, 인권증진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사항으로 향후 실태조사 결과와 기지촌 여성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기지촌 여성 대부분이 고령임을 감안하여 신속히 관련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하며 원안 가결하였다.”라고 밝혔다. 열아홉 살 때부터 기지촌 생활을 한 박점순(72) 할머니는 “옛날에 관청에서 공무원들이 나와 미군이 철수하면 모두 모여서 살게 해주든가, 아니면 혼자 살 수 있도록 아파트 하나씩 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여러분들은 미군들한테 서비스만 잘 하라고 교육을 시켰는데, 이제까지 아무런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가, 파주시가 이렇게 조례를 만들어 죽기 전에 뭘 해준다니까 꿈만
파주시민참여연대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후보를 선정해 지지했다. 당시 좋은 후보로 선정된 후보자들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과 민중당 소속이었고, 미래통합당 후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최근 파주시민참여연대가 사무국장 채용 공모를 했다. 심사위원으로 미래통합당 최창호 파주시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은주 의원이 위촉됐다. 최 의원은 파주민주시민교육센터 운영위원이고, 박 의원은 파주시민참여연대 대표 출신이다. 파주시민참여연대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후보를 다시 선정하게 된다면 진보정당과 보수정당 소속 후보자들이 나란히 좋은 후보로 선정될 수 있을까? 이곳저곳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파주시민참여연대의 행보가 주목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도권 확진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거리두기 등 방역에 더 신경 써야 할 공공기관이 마이크 하나를 연속 세 사람이 사용하는 등 생활 속 방역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파주시의회는 15일 파주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는데, 자치행정위원회 등 각 상임위에 시의원 전용 마이크 5개와 집행부 공무원 자리 앞에 각각 7개의 마이크를 설치했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발언대 1개에도 1회용 마이크 덮개를 씌워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파주시의회의 이러한 방역조치와는 달리 발언대의 1회용 마이크 덮개는 오히려 전염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오전 10시 김순덕 보건소장, 김영준 홍보담당관, 윤정기 감사관이 차례로 발언대에 나가 업무보고를 했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발언대 앞으로 나가 시의원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한 다음 손으로 마이크 높낮이를 맞췄다. 특히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소장은 소리 음량을 확인하려고 손가락으로 마이크를 툭툭 치거나 입으로 훅훅 불기도 했다. 오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세 사람은 나란히 발언대에 나가 답변을 하였지만 오전에 사용했던 1회용 마이크 덮개는 교체되지 않았다.
파주 기지촌 할머니들이 라면 한 상자를 받아들며 “이렇게 여러분들한테 신세를 지며 살아갈 줄 정말 몰랐습니다. 우리가 갚을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먹겠다고 꼭 전해주세요.”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파주시청 육상부 장예은 코치와 현장사진연구소 조영애 사진가가 14일 라면을 손수레에 실어 골목골목 살고 있는 할머니들을 찾아 전달했다. 라면은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한 파주시 공기업 이사장이 국가재난지원금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부탁도 있었다. “요즘 우리의 과거 생활을 듣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몇 명만 소개해달라는 부탁까지 하는데 그건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오랫동안 서로 나누다보면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 하지 않겠어요?”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사진은 미군 기지촌 여성이 1960년대 중반 임진강 리비교를 배경으로 찍은 모습이다. 1936년생인 이 사진 속 여성은 얼마 전 세상을 마감했다. 마을에서 깜둥이 엄마로 불린 이 할머니는 스물여섯 살에 미군클럽과 유흥주점이 즐비한 파평면 장마루촌에 들어왔다. 파평면 장파리는 영화 ‘장마루촌의 이발사’ 촬영 장소와 가수 조용필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할머니는 매일 술 취한 미군이 득실대는 다방과 클럽에서 낮과 밤을 보냈다. 서쪽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면 임진강 리비교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리비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1953년 7월 4일 건설했다. 임진강 너머 민간인통제구역 안에는 15개의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저녁이면 일과를 마친 미군들이 미제물건을 어깨에 들쳐 메고 리비교로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양키물건을 사려는 사람들과 미군병사를 꼬셔 술집으로 데리고 가려는 포주, 클럽 여성들이 뒤섞여 리비교는 매일 전쟁터 같았다. 할머니도 나중에 아이 아버지가 된 흑인 미군병사 ‘존슨’을 리비교 앞에서 만났다. 둘은 월셋방을 얻어 동거를 시작했다. 당시 유행했던 계약결혼이다. 그리고 1965년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에 관한 조례’가 입법 예고 중인 가운데 파주시의회 이효숙, 최창호 의원이 코로나19 국가재난지원금 전액을 파주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바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기지촌 할머니들에게 기부했다. 미래통합당 소속 두 의원은 24일 임진각 농산물센터에서 쌀과 홍삼양갱, 친환경 칼라 방울토마토가 든 농산물꾸러미 30상자를 구입해 문산 선유리 등 옛 기지촌 지역에서 쪽방생활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가 전달했다. 할머니들은 “파주시의원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렇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와 줘 정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라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이효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은 박은주, 이용욱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고, 손배찬, 최창호, 박대성, 최유각, 조인연, 윤희정 의원이 찬성했다. 한편 지역구가 금촌인 한양수, 목진혁, 안명규 의원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임대주택과 생활안정, 의료비 지원 등이 담긴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는 5월 27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쳐 오는 6월 파주시의회 정례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아래는 입법 예고 중인 조례안
“엄마 좋은 소식이 있어. 파주시에서 기지촌 여성을 도와주는 조례 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대. 그렇게 되면 엄마와 이모님(기지촌 여성)들이 매일 걱정했던 집세랑 병원비, 이런 거 지원을 해주게 되는데 파주시의원님들이 애써가지고 곧 통과될 거래...” 장예은 육상 코치가 요양원에 있는 엄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요양원을 찾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쏘냐 장예은 선수는 1987년 문산 선유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주한미군과 한국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육상을 하다가 농구로 바꾼 쏘냐는 2006년 춘천 우리은행 여자농구팀에 입단했다. 그러나 프로농구 선수로 뛰던 쏘냐는 2008년 2월 평소 눈여겨 본 지인들의 권유로 다시 육상을 시작했다. 키가 큰 데다 머리가 작고 다리가 길어 달리기에 가장 적합한 체형을 갖췄기 때문이다. 쏘냐는 수직 운동인 농구를 하다가 수평 운동으로 바꿔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제6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800m 결승에서 2분12초7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쏘냐는 엄마 샌디와 통화하면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 샌디는 딸 쏘냐의 눈물을 금방 알
파주 기지촌 여성의 생활안정지원과 실태조사 등을 담은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이효숙 파주시의원과 여성단체가 22일 파주시의회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기지촌 여성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파주여성민우회 윤숙희 대표와 고정희 사무국장 등 5명은 “한국전쟁과 함께 형성된 미군 기지촌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가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실태조사가 시급한 실정이다.”라며 이효숙 의원에게 조례에 반영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효숙 의원은 “경기도의회에 상정된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 통과를 지켜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다음 오는 6월 발의할 예정이다. 좋은 조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여성단체의 적극 참여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는 임대보증금 지원, 생활안정금 지원, 의료비, 간병인, 법률 상담, 장제비 지원 등을 담고 있으며, 기지촌 여성에 관한 역사적 자료의 수집과 진상조사, 인권보장과 명예회복, 자녀의 생
‘장파리의 이발사’, ‘장마루촌의 이발사’라는 소설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그 소설을 읽었는지, 누가 썼는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논산에서 훈련을 마친 후 여기저기 보충대를 거쳐 장파리에 도착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단어이다. 40여 년이 흘렀다.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장파리가 생각나고 리비교가 생각났다. 리비교, 그리고 허름한 술집... 가끔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변해 버린 파주 주변을 갈 일이 있으면 스쳐라도 볼 생각으로 내비를 검색해 봤으나 리비교는 검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막연히 리비교라는 다리가 없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작년 문득 파평면을 지나다 그 어디쯤 되는 것 같아서 작정을 하고 리비교와 장파리를 찾았다. 그런데 리비교는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고 출입구를 찾을 수도 없었다. 술집과 다방으로 넘쳐나던 장파리는 세월을 뛰어넘은 듯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었다. 내 기억 속의 리비교는 이랬다. 좁은 2차선 도로를 100여 미터 들어가면 리비교 우측에 관사 같은 오래된 시멘트 건물이 있고, 다리 입구 좌측에는 헌병검문소가, 검문 초소 뒤에는 보안반 사무실이 있었다. 우리 부대를 가려면 약 300-400미터로 기억되는 리비교를 걸어
파주 기지촌 여성의 실태조사와 생활안정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파주시의회 자치행정위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이효숙 의원이 조례 제정에 필요한 각계 의견과 자료를 검토해 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시민들과 직접 호흡하는 생활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이효숙 의원은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발의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결혼 후 문산시장 안에서 선물코너를 운영했어요. 그러니까 첫 아이를 낳았을 때니까 한 35년 됐나 그럴 거예요. 그때 참, 장사가 잘 됐어요. 양색시라고 불린 기지촌 여성들이 단골손님이었죠. 해가 지나면서 이 여성들과 깊은 얘기를 나누고는 했는데 참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더라고요. 그때 그 여성들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오갈 데가 없는 데다 보살펴 줄 사람들도 없어 너무 안타까워요. 이 조례가 잘 만들어져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는 임대보증금 지원, 생활안정금 지원, 의료비, 간병인, 법률 상담, 장제비 지원 등을 담고 있으며, 기지촌 여성에 관한 역사적 자료의 수집과 진상조사, 인권보장과 명예회
다 글렀다... 이재(제)는... 청춘도 꽃... 時節(시절)도 꿈같이 흘렀서라. 차라리... 꽃잎처럼 苦惱(고뇌)와 피투성이에 젖은 이 몸을 이 강물 위에 던져 彼世(피세)에서 나의 행복을 구하면 어떠리 아 안타까운 나의 祈願(기원)이여... 단 한번이라도 그대와 만나고저 살고 있소... 위 글은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파평면 장파리 임진강에 건설한 리비교 철빔(거더)에 남아 있는 내용이다. 마치 한편의 詩(시)로 읽혀진다. 글 옆에는 ‘조국통일’이라는 큰 글씨가 페인트로 쓰여 있다. 작자는 별과 꽃도 그려넣었다. 이 글은 파주시가 다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는데, 아마도 다리 공사에 동원된 한국군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1952년 11월 엑스레이 프로젝트로 명명된 임진강 콘크리트 다리 건설에는 한국인 노동자 150여 명이 동원됐다. 당시의 임진강 칼바람은 혹한의 추위였다. 김호덕 상병이 1953년 1월다리 공사 중 전사했다. 그렇게 사투를 벌인 ‘엑스레이 브릿지’는 미국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대전지구 전투에서 사망한 리비 중사의 이름을 따 ‘리비교’로 헌정됐다. 파주시는 현재 한국전쟁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리비교를 여섯 토막으로 잘라 철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