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소설가 박범신은 단편 「토끼와 잠수함」을 발표했다. 1974년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부산에서 열렸던 한 문학 강연에서 ‘잠수함 속 토끼’를 언급했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이렇다. 잠수함이 첨단장비를 갖추기 전, 해군은 잠수함 속 산소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토끼를 함께 태웠다. 실내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토끼는 사람보다 먼저 죽는다. 토끼의 눈이 빨갛게 충혈 되고 숨이 차 헐떡이기 시작하면 잠수함은 수면 위로 올라와 신선한 공기를 보충하고 다시 잠수한다는 것이다. 물론 잠수함은 언로(言路)가 꽉 막힌 닫힌 사회를, 토끼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경고하는 누군가를 상징할 터이다. 두 이야기의 차이점도 있다. 산소가 부족해서 토끼가 사람보다 먼저 죽는 시간을 박범신은 여섯 시간, 게오르규는 일곱 시간이라고 했다. 그것이 여섯 시간이든 일곱 시간이든, 토끼가 죽는 데 걸리는 그 시간은 골든타임이 아니라 블랙타임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게오르규는 이 ‘잠수함 속 토끼’를 시인에 비유했다. “시인과 작가는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를 고발하는 데 목숨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숨이 꽉 막혀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회를 향해 경고를 날리는 역할, 언로가 꽉 막혀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역할, 그 역할에 있어서는 시인과 언론이 다르지 않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가 왜곡된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과 견제이고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언론 또한 ‘잠수함 속 토끼’라 할 수 있다.
2016년 9월, 또 하나의 ‘잠수함 속 토끼’라 할 <언론협동조합 파주신문>이 새롭게 출범한다. 1989년 ‘인간존중’을 지향하고자 높이 들었던 깃발이 빛바랬다는 판단 아래 새롭게 집을 짓고 그 큰 대문을 활짝 연다. 2013년 순천언론협동조합이 결성되고 <순천광장신문>이 발행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언론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신문들이 속속 태어나고 있다. 언론협동조합은 대주주가 경영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존 주식회사 언론과는 크게 다르다. 언론협동조합은 특정인의 의사가 아닌 조합원 전체의 의사가 반영되는 언론으로서, 조합원들이 ‘정보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신문의 구독자에서 발행 주체로’ 거듭나게 한다. 따라서 <언론협동조합 파주신문>의 출범과 함께 파주지역주민들이 신문의 발행주체로, 각종 기사의 생산자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수많은 토끼들이 죽어갔다. 숨 막히는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치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다 죽어갔다. 그러므로 <파주신문>이라는 또 하나의 ‘잠수함 속 토끼’가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죽어가는 데 여섯 시간이 걸리는지 일곱 시간이 걸리는지 헤아리며,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잠수함 속에서 숨이 막혀 토끼가 죽어가는 상황은 닫힌사회 속에서 주민들이 정보 왜곡과 불통으로 질식해가는 상황과 같다. 이 끔찍한 상황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살아있는 우리의 절박한 현실이다.
<언론협동조합 파주신문>이 새롭게 태어난다. 이제는 산파의 손길을 돕는 자가 아닌, 우리 모두 스스로 산파가 되어야한다. 제2의 신생을 알리는 그 울음소리가 끝끝내 우렁차기를 믿는다.
홍 은 택(시인, 대진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