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박신성 위원장과 이진아 위원은 26일 오후 1시 30분 파주시가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대추벌 성매매집결지를 찾아 성노동자를 비롯 집결지에서 밥과 청소를 하거나 세탁소, 미용실, 옷가게, 편의점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성산업 카르텔 구성원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 자리에 성매매 업주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면담은 집결지 노동자들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 직전 파주시의 행정대집행에 항의하며 70대 여성 업주가 식칼로 자살을 시도해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성노동자모임 자작나무회를 비롯 성산업 구성원들은 면담에서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해 3월 3일 밤 집결지를 전격 방문해 노동자들에게 생계대책을 약속한 발언을 문제삼았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한 60대 여성이 김 시장에게 “저희는 이곳에서 밥과 청소를 하며 먹고 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런 생계대책도 없이 밀어붙이면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차라리 우리보고 나가 죽으라고 하세요.”라고 항의했다. 이에 김 시장은 “대책을 다 마련하고 있다니까요.”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60대 여성이 다시 “어떻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겁니까? 우리를 뭐, 공무원이라도 시켜 줄 겁니까?”라고 따졌다. 김 시장은 “아, 내 얘기도 좀 들어보세요. 글쎄 다 마련하고 있다니까요.”라고 말했다.
파주시의회 박신성 위원장과의 면담에 참석한 성노동자들은 지난해 김 시장이 약속한 생계대책을 거론하며 “김 시장의 이러한 약속은 1년 반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아무런 대책도 세우고 있지 않다. 오히려 파주시가 건물을 매입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그 돈으로 우리의 생계대책을 먼저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박 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성노동자모임 자작나무회 회장은 집결지가 폐쇄되면 운정 등 길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호소하며 현재 운정의 성매매업소 수십여 곳의 현황이 담긴 자료를 미리 준비해 시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집결지가 없어지면 결국 운정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방을 얻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곳에 있다가 금촌으로 옮겨 영업을 하고 있는 여성도 있다.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80여 명의 여성들은 파주시가 폐쇄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그동안 부모와 자녀를 부양해 온 싱글맘 등 40대 여성들이 카드 돌려막기로 경제적 어려움에 있다. 우리가 몇 년만 준비할 시간을 주면 스스로 정리해 나가겠다고 파주시에 부탁했다. 그러나 파주시는 이를 묵살했다. 그 바람에 빚은 더 늘어나 결국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그리고 파주시의 성매매 피해자 지원 조례는 성노동자 한 명만 간신히 먹고살 수 있는 수준이지 가족의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을 보장할 수 없다.”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면담을 마무리지으면서 집결지 노동자들과 상인들은 “그동안 우리는 시의원이 있는지, 그 시의원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도 잘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면담을 받아주고, 또 우리의 고충을 들어준 것만으로도 정말 눈물나게 고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