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벌 성매매집결지 19일 아침 8시. 파주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전봇대에 오른 성노동자의 추락사고가 우려되자 공기안전매트에 바람을 넣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가 하면 경찰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등 대추벌의 아침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검은 복장의 용역업체 직원 80여 명과 고소작업차량이 성매매집결지 뒷쪽 논두렁을 타고 감시카메라 설치 전봇대로 접근했다. 전봇대에는 성노동자 두 명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매달려 있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일렬로 늘어서더니 파주시청 공무원이 고소작업대에 올라 성노동자 바로 윗쪽에 다다라 자신도 전봇대에 매달렸다. 성노동자가 더 이상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위치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이처럼 파주시는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성노동자와 충돌이 뻔한 상황인데도 고소작업대를 타고 바로 머리 위에 내리는 등 안전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찰을 비롯 여기저기에서 위험을 알리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전봇대에 오른 공무원은 성매매집결지 폐쇄 업무를 맡은 여성가족과 전종고 팀장이었다. “김경일 시장이 얼마나 몰아쳤으면 저렇게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달려들 수 있는가?”라는 현장의 소리가 들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파주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은 집결지 함석울타리를 제치고 스펀지 매트를 논바닥에 깔았다.
오후에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창우 파주읍장이 용역업체 직원들과 갈곡천 제방에 세워져 있는 함석 가림막 철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고령의 청소노동자에게 “이런 XX년”이라는 욕설을 퍼붓자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집결지 사람들이 항의하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용역업체 직원과 집결지 사무실 직원이 함께 가림막 쪽으로 넘어져 하마터면 갈곡천 아래로 떨어질 뻔한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예견됐다. 이창우 파주읍장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가림막 바로 앞에 배치시켜 집결지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나 가림막 옆쪽으로 파고드는 집결지 사람들을 통제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용역업체 직원들이 없는 가림막에 올라 접근할 경우 대형사고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파주시가 이처럼 안전사고에 대비한 계획이 전혀 없이 향후에도 앞만 보고 내달리는 김경일 식 파주행정이 계속될 경우 대형참사가 우려된다.
이날 파주시의 무대책 행정은 결국 감시카메라도 설치하지 못하고, 갈곡천의 가림막 철거도 변죽만 울린 채 철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