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적성면 북한군 묘역에 전국농민회총연맹 한도숙 전 의장, 성공회대 김용한 외래교수, 매향리평화마을건립추진위 전만규 위원장과 현장사진연구소 이용남 사진가 등 양띠 10여 명이 화성, 평택, 오산, 인천, 삼척 등에서 모였다.
한도숙 전 의장이 인민군 묘지에 시를 남겼다.
인민군 묘지에서
한 稻熟
발자국 사라진 외롭고 쓸쓸한 유택위로
푸른별들이 바람에 스치운다
울분으로 똬리를 틀고
쉰목소리라도
발언해야 하는 시대
꺼져버린 횃불에 다시
불을붙여
혁명의 산줄기를
타내리는 삐쭉한 결기들로
남으로 내달리는 길
떨리는 몸은 뜨거웠다.
얻은것이 무엇인가
확실히 손 잡히는것은 없다
촛불이 제몸을 녹여야
빛을 발하듯
한 시대의 몫을 부여 안고
동무들은 제몸을 녹이는
볼 수 없는 별이 되었다
예광탄 불빛이 세상의 모두였던
칠흙의 전장
세상의 들창을 비집어 한줄기라도
도란거리는 아버지의 손길에 닿 길
비릿한 젖내 그리운 어머니 가슴에 닿 길
속삭이는 눈발의 이야기들에 이르길
하노이 하늘아래 조미간 부여잡은 손에도
어둠 속에 가려진 암울을 풀어내는
한줄 푸른빛을
기다려 본다.
세상은 다만 너에게
하늘의 끝 흔들리는 어둠을
넘겨다보게 할 수도 없어
떨리는 총구를 향하는 숨막히는
순간들이
이제 누구의 승리보다는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혁명의 종착지를 행한 달음박질이길
녹슨 철조망 너머 조국이라는
묵직한 책무가 더했을 뿐
피빛 떨어진 전장에 남루한 혁명의 결의들은
빛바랜 묵은 책장속에 묻혔다
진실을 목말라하는 시대는
비릿한 언어들이 난무하고
동무들겐 말이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지켜볼뿐
그것이 우리들에게 지워진 역사의 몫
얼어붙은 동토에 처절하게 아로새긴
혁명의 기억들이
비목 끝에 흐르는 바람으로
각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