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공병부대가 국가 예산으로 불발탄 제거 작전을 수행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이중으로 몽골텐트 등 각종 물품을 수년간 받아 온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육군 1군단 소속 공병대는 2012년부터 민통선 안 거곡리(장단반도) 포병사격훈련장의 불발탄 제거 작전을 수행하면서 파주시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이 같은 사실은 파주바른신문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됐다.
군부대가 2015년 1월 파주시에 보낸 ‘거곡리 불발탄 제거 작전 소요 예산 협조’ 공문에 따르면 ‘작전부대 숙영지에 난방시설이 고장나고 선풍기 등 시설이 낡아 충분한 휴식이 어렵다.’라며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 군병력은 공병부대에서 불발탄 제거현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년에는 ‘세면장에 설치할 온수공급용 순간온수기와 현장지휘소 천막 4개, 접이식 의자 80개’ 등을 요구했다. 2017년에도 ‘기존의 화장실이 낡아 해충 등으로 질병 유발 우려가 있다.’라며 이동식 화장실 지원을 요청했다.
군부대는 특히 2016년 현장지휘소 용도로 몽골텐트 2개를 지원받았으면서도 불과 1년 만에 작전 인원의 전투력 복원과 휴식 명분을 내세워 사방 5미터짜리 몽골텐트 4개, 불발탄 제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 부대원 4명의 파주시장 표창 등을 요구했다.
파주시는 군부대의 이 같은 요구에 이동식 선반톱대를 비롯 세면대, 좌변기, 온풍기 등 15종의 물품과 몽골텐트 6개, 의자 40개, 이동식 화장실 1개 등 약 2천여만 원어치를 지원했다.
불발탄 제거 작전은 국방부가 12억7천만 원을 들여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진행하는 사업이다.
장단반도 거곡리 포병사격훈련장은 미군이 1971년부터 1988년까지 포병사격장 피탄지로 사용하다가 한국군(1사단)이 인수해 관리하던 중 2010년 1월 폐쇄됐으며, 2011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조사 대상지로 선정됐다.
파주시는 예산 중복 지원에 대해 ‘군부대가 국가 예산으로 불발탄 제거 작업을 하는지 몰랐다. 예산이 있는 줄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육군 공병여단 정훈공보참모 김성환 소령은 “국방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이 예산으로 충분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데 파주시가 먼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해 줄 테니 공문을 보내 달라고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리고 몽골텐트 4개는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어 파주시에 반환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