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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배우 이주실과 금촌 성매매집결지 ‘54번지’의 기억

김경일 파주시장이 선거공약에도 없는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해체’를 느닷없이 들고나온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집결지 해체 방식도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파주바른신문은 파주의 성매매집결지 형성과 해체 과정을 몇 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금촌의 ‘54번지’를 소개한다.

 금촌사거리와 금촌역 사이에 있었던 성매매집결지는 이른바 ‘54번지’로 불렸다. 젊은이들의 군 입대 신고식 장소로 추억되고 있는 ‘54번지’의 기억은 아직도 백발이 된 남자들의 술안줏감이 될 정도이다. 파주에는 금촌의 ‘54번지’를 비롯 연풍리 ‘대추벌’, 법원읍 ‘20포’(미군은 ‘미키마우스’로 불렀다), 문산 ‘창골’ 등 곳곳에 크고 작은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됐다.



 한국전쟁과 함께 문산에 있던 파주군청, 파주경찰서, 문산중학교 등 공공기관이 금촌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서민들의 피란으로 금촌은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옛 금촌사거리 주변 민가에 셋방을 얻어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하나둘 생겨났다. 그러다가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이 제정되면서 파주를 비롯 동두천, 의정부, 평택 등 미군 주둔 지역은 단속을 면제해주는 ‘특정지역’으로 지정되자 민가에 하나 둘 흩어져 있던 여성들이 ‘54번지’로 모여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문산 선유리에서 금촌읍 야동리로 이전한 문산중학교(현재 문산제일고) 옆에 미 해병대가 주둔하면서 금촌도 기지촌의 영향을 받게 됐다. 그리고 선유리 문산중학교 자리에는 미군부대 ‘캠프 자이언트’가 주둔하면서 문산중학교는 전쟁이 끝났는데도 지금까지 선유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금촌에서 ‘문산중학교’라는 이름으로 머물러야 하는 70년 분단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금촌의 성매매집결지 ‘54번지’ 해체는 파주병원에서 금촌역까지 이어지는 4차선 도로의 개설 계획에 따라 시작됐다. 그런데 성매매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가 예상보다 거세자 파주시는 공권력보다는 이를 설득하는 여러 방법을 모색했다.

 파주바른신문은 당시 금촌 ‘54번지’ 종사자의 인권과 생존권 문제를 시민사회에 제기하는 한편 파주바른신문사 부설 문화센터를 설립해 배우 이주실 씨를 원장으로 초대했다. 당시 이주실 원장은 유방암 말기 상태로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화센터에는 연극반과 사진반이 개설됐다. 이주실 원장은 금촌 ‘54번지’ 종사자들을 만나 인생의 아픈 상흔을 듣고 위로했다. 종사자들이 하나둘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54번지 연극반’을 만들자고 했다. 종사자들이 자신의 삶을 연극으로 직접 표현하는 치유였다. 현장사진연구소 이용남 사진가도 사진반을 만들어 종사자들이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치유에 동참했다.



 자신의 모습을 파주 사회에 내보이지 않던 종사자들이 이주실 원장과 손을 잡고 길거리를 산책했다. 연극배우이며 성우 출신인 이주실 원장의 따뜻한 목소리는 종사자들의 상처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종사자들의 취업이 늘어나고 취업이 어려운 종사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금촌 ‘54번지’는 파주 사회의 한 역사로 기억되기 시작했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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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사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주시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페쇄를 위한 여행길 걷기 행사가 30일 진행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참가자와 집결지 종사자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기동대가 땡볕에 열을 지어 서 있다.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 쓴 성노동자와 여성단체 회원들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모두 고생이다. 경찰 무전기로 용주골 문화극장에 모여 있던 여행길 참가자 소식이 들려온다. 80명이 이동했다는 연락이다. 경찰 기동대 발소리와 함께 성노동자와 업주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갈곡천 연풍교를 지나는 모습이 가림막 틈 사이로 보인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집결지 안으로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 때문에 연풍리 1-3구역 재개발의 희망이 무산됐다.”라는 내용의 펼침막 20여 개가 걸려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가자들은 성노동자 대기실인 유리방을 힐끗힐끗 들여다본다. 한 참가자는 유리방 안에 있는 빨간색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 있는 건가 봐.”라며 호기심에 찬 손짓을 한다. 갈곡천 콘크리트 제방과 집결지 건물 사이의 그늘막을 벗어나자 한 참가자가 양산을 꺼내 쓰고 성노동자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자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