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영화 촬영을 저기 저 산, 국사봉 너머에서 했는데 제작진들이 군복을 100여 벌 가져와서는 급하게 수선을 부탁하는 거예요. 군복 수선이 내 전문이라서 다리미로 각을 딱 잡아서 내주니까 다들 놀라는 눈치였어요.”
적성면 옷 수선집 신순애(68) 씨는 46년 전, 그러니까 1972년 경 서울에서 경의선 열차를 타고 문산역에 내려 울퉁불퉁 신작로를 따라 적성면으로 시집을 왔다. 곧 옷 만드는 솜씨가 좋다는 소문이 퍼졌다. 마을에 있는 군 부대장이 군복 수선을 부탁했다.
그렇게 세탁소를 차렸다.
말이 세탁소이지 안 하는 게 없었다. 자수를 배워 군복 명찰을 새기기도 했고, 군번을 잃어버려 영창을 가게 생겼다며 눈물짓는 장병이 안타까워 서울에 가서 쇠막대기에 새겨진 활자를 구해와 망치로 두들겨 군번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돈 많이 벌었죠. 그런데 이제 군복 수선은 거의 없어요. 명찰 수입도 아주 짭짤했는데 찍찍이 명찰이 나오고서는 일감이 없는 거예요. 예전에는 외출복, 전투복, 작업복 등 군복마다 명찰을 달아야 했거든요. 그런데 찍찍이가 나오고부터는 명찰 한 개 가지고 여기저기 다 쓰니까요”
신순애 씨는 영화배우 설경구가 나오는 ‘박하사탕’ 비디오를 가족과 함께 수십 번도 더 봤다고 한다.
사진은 군번 제작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