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용주골을 사진으로 잘 찍으려면 우선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용주골의 속살을 드러낼 수 있지 않겠어요? 용주골의 역사를 잘 모르면 1960년대 미군이 주둔할 때 속칭 양공주로 불렸던 여성들이 많아서 용주골이 됐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고, 용주골에 성매매집결지가 없는데도 ‘성매매’ 하면 무조건 ‘용주골’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대상과의 교감이 중요한 겁니다. 용주골 지명은 용이 살았다는 용지연못, 고려시대 사찰 용지사,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 용지굴(박쥐굴)이 있어 유래된 것이라고 ‘파주군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현장사진연구소 이용남 사진가가 최근 김경일 파주시장이 올해 안에 행정력을 총동원해 해체하겠다고 공언한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종사자 회의실에서 사진수업을 하며 한 말이다.
이용남 사진가는 성매매집결지 형성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전쟁 이후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유엔군사령부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미군의 외출외박이 허용되고 자연스레 미군부대 주변을 중심으로 상업지구가 조성됐다. 한국 정부는 외국군대 군인의 성욕을 해소시키는 방안으로 윤락행위방지법상의 단속을 면제해주는 조치를 취하게 됐고 바로 용주골이 그 대상이었다. 실제 당시 용주골에는 안용주골 방향 중앙목욕탕 주변에 집단이라고 불린 흑인 출입지역이 있었고, 문화극장과 제일목욕탕 주변으로 백인 출입지역, 그리고 갈곡천 건너 문화사(HID)와 문화목욕탕 일대에 한국인을 상대하는 집창촌이 들어섰다.”
이용남 사진가는 이날 사진수업에서 인물사진을 찍으려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피사체에 대한 교감을 갖지 않고 찍은 사진은 옷을 바꿔 입을 때마다 각기 다른 사진이 연출되지만 내면을 공유하게 되면 그 대상의 진심과 깊이를 일관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파주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성매매집결지 해체와 관련해 현행법만을 중심에 놓고 사진을 찍게 되면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파주시나 그 반대에 있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표현할 수 없는데, 그렇게 되면 파주시나 집결지 사람들 모두 상처투성이의 사진만 남게 될 것이라며 오래된 역사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깊은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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