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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성매매집결지 여성 파주시의회에 청원서 접수

김경일 시장이 파주 성매매집결지 폐쇄 선포와 함께 현장에 공무원을 투입해 불법건축물 조사 등 행정대집행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집결지 여성 모임 ‘자작나무회’ 임원들이 파주시의회를 방문 이성철 의장을 면담하고 청원서를 접수했다.



 ‘자작나무회’ 한 아무개(42) 대표 등 7명은 3일 파주시의회 의장실에서 이성철 의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최창호 의원이 청원 소개 의원으로 배석했다. 여성들은 “파주시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결지를 폐쇄하겠다며 선포를 하고 골목까지 들어와 행진을 벌였다. 아무리 성매매가 불법이라고 해도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만큼 서로 대화를 해 물리적 방법보다 자진 철거를 유도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또 “우리가 현재 있는 집결지는 이미 재개발지역으로 들어가 있다. 그래서 우리들 스스로는 재개발이 시작되면 떠나자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권력이 투입돼 당장 나가라고 하면 우리가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코로나 때문에 일을 거의 못해 경제적 여건이 바닥난 상태에서 지금부터라도 떠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재개발이 시작되면 자진해서 나가겠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우리의 처지를 파주시의회가 살펴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청원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성철 의장은 “여러분을 이렇게 직접 만나보니 오래된 사회적 편견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해보니 다행히 집결지를 자진해서 떠날 마음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원서를 검토한 후 가능한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파주시의회 청원 회의 규칙'에 따라 청원 소개 의원이 된 최창호 의원도 "지난번 연풍리 현장에서 집결지 관계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폐쇄 과정에서 공권력과 물리적 충돌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청원 소개 의원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아래는 ‘자작나무회’가 의회에 제출한 청원서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파주시의회 이성철 의장님을 비롯 파주시의원님. 저희는 연풍2리 성매매집결지 종사자 자작나무회 회원들입니다. 불철주야 우리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는 성 노동자들입니다. 이렇게 청원을 올리게 돼 마음이 떨리고 무겁습니다. 그러나 정말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 이렇게 대의기관인 파주시의회의 문을 두드리니 청원서를 보시고 선처하여 주시면 그 은혜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청원내용
최근 파주시가 올해 안에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겠다며 집결지 골목까지 거리 행진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척에서 바라보면서도 불법 성매매라는 그 올무에 갇혀 감히 항변 한번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 산업은 옛날처럼 업주들이 강제로 인신을 감금해 성매매를 시키는 그런 구조가 아닙니다. 사회적 부적응과 뒤틀린 가족 환경, 가난과 폭력 등의 여러 사연으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선택한 직업입니다. 저희는 지금 성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거의 경제생활이 마비된 지난 몇 년은 대출로 이어나가야 하는 지옥이었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완화돼 경제력을 회복해 나가는 상황에서 파주시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선포는 정말 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현재 우리가 있는 대추벌 성매매집결지는 2017년 재개발조합의 설립으로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2,593세대가 들어서는 파주 1-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부지 안에 있습니다. 이러한 주변 환경으로 결국 성매매집결지 건물과 토지가 수용돼 자연스레 정비가 되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갑자기 파주시가 공권력을 내세워 물리적 충돌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코로나는 성 산업에 직격탄이었습니다. 그 몇 년간 우리가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그렇다고 가족한테 매달 보내야 하는 생활비는 거를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돈을 빌려 쓰고 이제 그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려고 하는 이런 마당에 공권력이 우리를 사지로 몰아내면 우리더러 어떻게 살라는 말씀입니까? 도대체 우리가 어떤 결심을 해야 하겠습니까?


이성철 의장님, 그리고 윤희정, 오창식, 목진혁, 박은주, 손형배, 최창호, 박대성, 최유각, 이익선, 손성익, 박신성, 이정은, 이혜정, 이진아 의원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파주시의 물리력보다 파주시 행정력을 총동원해 재개발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그것이 성매매집결지 정비를 빨리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성매매집결지 폐쇄 소식이 들렸을 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종사자 모임인 자작나무회 회원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성매매집결지 철거에서 흔히 발생했던 폭력적 방어가 아니라 조금 더 냉정하게 되돌아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문지를 만들어 80명의 의견을 받았습니다. 이를 청원서 자료로 제출합니다.


그래도 재개발조합은 불법성만 강조하는 행정기관의 원칙보다 보상의 범위 등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여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를 공권력으로 막지 않았으면 합니다. 파주시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방침이 건설업자의 골칫거리를 덜어주기 위한 프로젝트였다는 오해를 우리가 갖지 않도록 파주시의회가 적극 도와주시면 그 감사함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청원을 외면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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