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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사진이야기] 폭우 속 미군 장갑차 점거 시위

칠흑의 밤. 비가 억수로 내리는데도 숲 모기는 군부대가 파놓은 길옆 진지에 숨죽여 있는 대학생들의 온몸을 물어뜯는다. 이틀간 양계장 일을 하며 갈아입지 못한 옷에 닭똥이 묻어 있어 더한 듯했다. 먼동이 트는 새벽하늘 사이로 빗줄기가 희미하게 보일 무렵 파평면 박석고개쯤에서 탱크 소리가 들려온다.


 

 200283일 오전 530분 파주 적성면 답곡리 농로.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의 영정사진을 든 한총련 소속 대학생 13명이 다그마노스훈련장으로 이동하던 미2사단 캠프하우즈 소속 44공병대대 장갑차 40여 대의 행렬을 가로막았다.

 

 학생들은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장갑차 위로 뛰어올라 살인 미군 처벌없이 훈련재개 웬말이냐! 재판권을 이양하고 부시는 공개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여중생들의 영정을 든 채 농로를 점거한 뒤 장갑차 궤도 밑에 머리를 들이밀고 누워버렸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미군들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49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전차훈련을 시작했다. 이것이 미군이 말하는 사과이며 애도인가?”라며 미2사단의 훈련 재개를 비난했다.

 

 장파리 일부 주민들은 시위 도중 폭우가 쏟아지자 미처 비옷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비닐을 가져다주거나 음료수를 전해주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두 여중생의 삶을 앗아간 미군 탱크의 훈련 재개를 저지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답곡리의 한 양계장에 머물며 장갑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주민들은 학생들의 식사를 오토바이로 실어날랐다. 학생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 인근 주민 김 아무개 씨는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 KBS 등 중앙 언론과 현장사진연구소 사진가들이 함께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으나 지역, 지방언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총련 학생들의 기습시위 때문에 미2사단 훈련은 4시간 지체됐다. 경찰차는 40여 대 장갑차 행렬에 막혀 1km 밖에 세워뒀다. 그 바람에 서너 명의 경찰이 학생 한 명씩 사지를 틀어쥔 채 장갑차와 논 비탈 사이를 미끄러지며 920분께 파주경찰서에 전원 연행했다.


 

 파주경찰서는 84일 기습시위를 벌인 한총련 소속 대학생 13명을 시위 가담 정도에 따라 불구속 입건 또는 즉결 심판에 회부했다. 그러나 기습시위를 주도하고 장갑차에 뛰어올라 뚜껑을 열려고 했던 고려대 김지은 총학생회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었던 관계로 관할서인 서울 성북경찰서로 신병을 인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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