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바른신문이 파주시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을 살펴봤다. 목진혁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고양시 백화점에서 산 프랑스제 화장품 81만 원어치가 눈에 띄었다. 업무추진비는 가능한 파주시 관내에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목 위원장이 굳이 지역을 벗어나 프랑스제 화장품을 사야만 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회계연도가 임박해 부득이 업무추진비를 다른 지역에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목 위원장의 해명은 하루가 지나면 2020년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시민 세금인 업무추진비를 어떤 형태로든 털어버리겠다는 의지였다.
시의원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때가 12월 정례회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 예산을 심사 의결해야 하는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이 이어져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여유가 없다. 특히 예결위에 소속된 의원은 더더욱 그렇다. 의장단 중 2020년 마지막 정례회 예결위원은 조인연 부의장과 목진혁 운영위원장이었다.
때문에 목 위원장은 연말을 앞두고 업무추진비를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업무추진비 사용 종료 하루를 남겨 둔 12월 30일 프랑스제 화장품 81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당시 목 위원장이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약 100여만 원 남짓이었다.
파주바른신문은 1월 14일 “업무추진비로 프랑스제 화장품 산 목진혁 시의원”이라는 제목으로 목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 보도에 대해 일부 시의원들이 파주바른신문의 의장단 업무추진비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파주바른신문이 프랑스제 화장품 구입처를 고양시 한 백화점이라고 보도했는데 목진혁 위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백화점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도가 있기 전인 1월 6일, 목 위원장은 프랑스제 화장품을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파주시의회 운영위원장으로서 5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상황이 지속되고 그동안 회기 운영과 코로나19 비상근무에 고생이 많은 의회사무국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연말 선물을 생각했다. 고양시 현대백화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이유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격려 물품(프랑스제 핸드크림)을 선정했는데, (파주에) 동일 제품의 물량과 인터넷 주문의 경우 며칠씩 걸려 회계연도 마감을 넘기게 돼 어쩔 수 없이 고양의 한 백화점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목 위원장은 왜 동료 의원들에게 다른 해명을 한 것일까?
먼저 시민단체 대표 출신 박은주 의원에게 묻자 “내가 15일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목 위원장에게 신문에 화장품 대량구매 기사가 났는데 어떤 상황이고 그렇게 사도 괜찮은 것인지를 물었다. 목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후 의회사무국 직원들 명절 선물로 샀고 업무추진비 사용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설명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운영위원회 소속 최창호, 이효숙 위원에게도 물었다. 두 위원은 “박은주 위원이 업무추진비로 화장품을 구매한 것에 대해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은 건 사실이다. 목 위원장이 회의를 끝낸 후 화장품은 백화점에서 산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다며 보도 내용과는 다른 말을 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의회사무국 주무관도 목 위원장의 얘기에 동의했다.”라고 했다.
백화점에 직접 가서 화장품을 사 온 의회사무국 주무관은 “목진혁 위원장님이 운영위원회에서 인터넷으로 화장품을 샀다고 말씀하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위원장님께 백화점에서 구매한 것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위원장님이 잘못 알고 한 말이다. 잘못은 저에게 있다.”라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여러 번 사실관계를 되물었으나 주무관은 자신이 백화점에서 구매한 것을 보고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며 끝까지 목진혁 위원장을 감쌌다.
결국 운영위원회 소속 담당 주무관은 목진혁 위원장의 위계(僞計)를 알면서도 ‘인터넷으로 산 것 맞지?’라는 위원장의 위계(位階)에 고개를 끄덕였다. 僞計(위계)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심적 상태를 이용해 불법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位階(위계)는 직장에서의 지위를 일컫는 것으로 해석돼 있다. 그렇다면 목진혁 운영위원장은 위계(僞計)를 한 것이고, 의회사무국 주무관은 位階(위계) 질서를 충분히 수용한 것 아닐까.
파주시의회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지방의회 청렴도와 의정활동 평가에서 5등급 중 4등급을 받아 하위권을 기록했다. 위원장의 말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파주시의회 분위기가 밑바닥 평가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목진혁 운영위원장이 僞計(위계)를 행사하는 것이나 주무관이 취재진의 질문에 끝까지 위원장을 두둔함으로써 지키려고 하는 位階(위계)의 경계에서 ‘청렴’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그리고 내년에는 파주시의회가 청렴도 평가에서 밑바닥을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적 거짓말의 굴레와 이를 짊어지려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