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영문도 모른 채 세계 각국으로 먼길을 떠나야 했던 해외입양인들의 파주 방문 이야기 ‘내가 돌아온 나라 한국’ 연재를 이번 호로 마칩니다. 입양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한국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돌아온’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표현에서 입양인들의 상흔이 얼마나 큰지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해외입양인들은 파주에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 체험을 했습니다. 연풍리 갈곡천 다리 옹벽에 ‘엄마의 밥상보’ 벽화 그리기, 감자 캐기, 다온숲 풀빛정원에서 북녘의 노을을 바라보며 한국 방문 소감을 나누던 일 등 모든 것이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용주골 주민들은 연풍경원에 천막을 치고 감자와 옥수수를 찌고, 손수 잔치국수를 만들어 입양인들을 대접했습니다. 특히 돌상도 받아보지 못한 채 떠난 입양인들에게 돌잔치를 해주기 위해 찹쌀을 떡메로 쳐 인절미 돌떡도 준비했습니다. 입양인들을 환영한 것은 용주골 주민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정치인들도 입양인을 부둥켜안으며 환영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내가 돌아온 나라 한국’은 미국의 해외한국입양인단체 미앤코리아의 핵심 프로그램입니다. 창립 10년이 된 미앤코리아는 그동안 서울의 은평천사원을 비롯 파주의 평화원, 파주보육원 등 사회복지시설과 학교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취약계층을 지원해 왔으며, 파주의 미군 기지촌 여성들에게도 매년 따뜻한 손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 관광버스를 타고 파주를 떠나던 미앤코리아에서 현장사진연구소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파주시가 전날 행사에서 나온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연락을 했다는 것입니다. 미앤코리아는 ‘그쪽(연풍리)에서 치울 사람이 없으면 지금 차를 돌려 쓰레기를 버스에 싣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현장사진연구소가 행사를 주최한 연풍1리 이광용 이장에게 연락했습니다. 이광용 이장은 “쓰레기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파주읍사무소가 쓰레기를 포대에 담아 연풍경원에 놔두면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라며 “파주시가 왜 입양인들한테 쓰레기를 가져가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주최를 한 우리한테 연락을 하면 될 일인데 굳이 그렇게 한 이유를 모르겠다. 어제 파주읍장도 주민 행사에 얼굴 한번 보이지 않더니 이렇게 쓰레기를 문제삼는가.”라며 파주시의 처사를 비판했습니다.
파주를 찾은 해외 입양인들은 자신들을 마음으로 품어 준 시민들에게 “사람들은 우리를 해외입양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늘 마음 한구석 소심한 그늘이 있었습니다. 파주는 살아갈 이유와 힘을 우리에게 선물했습니다. 바로 파주시민이 우리를 엄마의 품으로 안았기 때문입니다.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감사의 편지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