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가 도시재생사업의 사례를 소개하고 지역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제고한다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 파주시 원도심 투어 ‘바퀴달린 도시재생’ 프로그램이 엉터리 해설과 안내로 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주시는 2024년 파주시 원도심 프로그램인 바퀴달린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파주읍 연풍길투어 참가자 28명을 모집해 1960년대 미군 기지촌이었던 연풍리 용주골투어를 5월 18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해설사는 연풍리가 본래 고유의 지명이고 용주골은 미군이 주둔할 당시 붙여진 이름이며, 숙박업소인 연풍장은 집창촌 여성들의 숙소로 현재는 나이든 노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집창촌 여성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연풍장 창문을 쇠창살로 막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설사의 이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용주골은 파주읍 반룡산 기슭에 용지굴(박쥐굴), 용지못, 용지사 등의 미래문화유산이 분포돼 있으며, 용짓골이 용주골로 불리게 된 것이라는 내용이 파주시지 등 여러 자료에 나타나 있다. 특히 용지굴은 굴 안에 작은 연못이 있고 박쥐가 많이 살고 있어 동네 아이들이 거의 매일 찾아가는 놀이터였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다. 연풍리 지명은 일제강점기 때인 1914년 행정구역 폐합 때 용지리(용주골) 전부와 대조리 일부 지역을 병 합, 연풍리라 하여 주내면(현 파주읍)에 편입되었다.
실제 1933년 4월 15일 경기도 개성에서 창간된 ‘고려시보’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6월 “본사 주최 용지굴 탐사단 21명이 지난 11일 오전 9시 35분 개성역에서 경의선 열차를 타고 문산역에서 내려 ‘용지굴’을 탐사했다.”고 보도했을 정도로 용지굴은 용주골의 역사이다.
당시 ‘고려시보’는 ‘용지굴’ 탐사를 이렇게 보도했다. “주내면장 유명근 씨의 안내로 굴 안에 들어서니 음산한 바람이 풍기어 나오고 암흑을 향하여 꺼지려는 촛불을 가리고 기어들어가는 일행은 아기자기한 탐사의 스릴에 온몸의 신경이 찢어질 듯 긴장해진다. 몸을 새우처럼 꼬부리고 혹은 기어서 20간(40여 미터)쯤 들어가니 굴 안이 홀연히 넓어지고 천정이 80여 척(약 24미터)이나 되도록 높은데 푸득거리는 박쥐 소리에 고대신화에 나오는 신비스런 동굴이 연상되어 웅대한 자연 앞에 움츠려진 인간의 나약함이 느껴진다.”
연풍장 역시 집창촌 여성들을 감금해놓는 곳이 아니라 파주시에 정식으로 숙박업소 허가를 받아 운영한 곳이다. 연풍장 건물은 1960년대 미군이 주둔할 당시 외국인 전용 관광업소인 ‘해피클럽’의 부속건물로 있다가 1980년 미군이 철수하자 그 자리에 연풍장을 지어 1989년 8월 5일 파주시에 숙박업 신고를 했다. 해설사의 주장대로 연풍장이 집창촌 여성들의 숙소였다면 파주시가 연풍장을 성매매 장소로 허가해 준 셈이 된다.
해설사는 또 최근 김경일 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대추벌 성매매집결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집결지에 있는 건물이 모두 무허가여서 파주시가 철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부 1960년대 무허가 건물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정식 절차에 따라 신축됐다. 해설사는 왜 연풍리 용주골 도시재생사업투어를 하면서 참가자들에게 굳이 성매매집결지 철거를 얘기한 것일까? 이러한 해설사의 엉터리 주장은 결국 참가자들의 투어 후기 블로그에 올라 용주골은 또다시 집창촌 게토화(ghetto)로 전락했다.
파주시는 파주바른신문의 취재가 시작되자 진상을 파악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고 전해왔다. 파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 5월 18일에 진행된 원도심투어 프로그램 2회차 해설에 오류가 있어 사과드리며, 관련하여 정정 안내드립니다. 당일 연풍장과 관련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 연풍장은 과거에 단순 여관으로 사용하던 곳입니다. 용주골 명칭은 미군이 주둔하면서 사용했다는 해설과 달리 그 전부터 있었던 지명입니다. 그리고 성매매집결지의 건축물은 모두 무허가 건물이라는 해설은 사실이 아니며 일부 영업을 위해 불법으로 증축한 부분입니다. 향후 사실 확인이 된 부분만 해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