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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취재수첩] 김경일 파주시장의 참모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 19일 오후 2시 파주시 보훈회관에서 열린 파주시여성단체협의회장 이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종사자 200여 명 중 160명이 떠나고 40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김미숙 회장님 등 여성단체에서 많이 도움을 준 결과입니다. 새로 임명되는 유춘분 회장님도 성매매집결지를 없애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 시장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우선 김 시장이 주장하는 ‘70개 업소, 종사자 200명’은 사실이 아니다. 이 통계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 전국 성매매집결지 업주들의 모임인 ‘한터’가 발표한 성매매집결지 현황에 나오는 숫자이다. 한터는 이 발표에서 파주시 용주골(업소 71개, 종사자 264명), 법원 20포(14개, 27명), 수원시 수원역전(99개, 180명), 성남시 중동(41개, 180명), 평택시 쌈리(109개, 52명), 신장동(77개, 290명), 안정리(24개, 80명), 동두천시 보산동(63개, 345명), 광암동 턱거리(9개, 32명), 의정부시 빼벌(8개, 36명) 등을 거론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발표된 성매매집결지 ‘법원 20포’는 10여 년 전 폐쇄된 곳이다. 그러니까 이 현황은 적어도 그 전에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김경일 시장은 2023년 초 선거 공약에도 없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느닷없이 발표했다. 김 시장은 이 선포식에서 성매매 업소 70개와 종사자 200명을 거론했다. 그러나 당시 대추벌의 업소 수는 47개에 종사자 100여 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집결지 사람들이 김 시장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은 것은 향후 재개발에 따른 보상과 대추벌에 성구매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는 게 영업상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성노동자 모임 자작나무회는 지난해 2월 3일 종사자 80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파주시의회에 제출했다. 자작나무회는 당시 종사자 100명 중 집결지에서 숙식을 하는 이른바 ‘말뚝이’ 성노동자 80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나머지 20명은 주말에만 출근하는 ‘알바’여서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경일 시장이 주장하는 200명과는 거리가 먼 숫자이다. 

 이처럼 집결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성매매집결지 폐쇄 계획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결국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김 시장이 장담했던 1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정치적 변죽만 요란하게 울린 채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주시의 대대적인 성매매집결지 폐쇄 정책과 경찰의 단속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성구매자가 감소하자 업주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성노동자들 역시 다른 집결지 이동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실제 평택과 포천 등으로 떠나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성산업의 오랜 경험이 있는 업주들은 다른 집결지의 성노동자를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유입하고 있어 파주시의 성노동자 감소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현재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성노동자는 숙식 60명, 출퇴근 20명, 주말 알바 10명 등 9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초 100여 명에서 10% 감소했다는 게 집결지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경일 시장은 160명이 집결지를 떠났다고 주장한다. 진짜 160명이 감소했다면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파주시는 탈성매매 여성이 5명이라고 밝혔다. 160명 중 5명이 자활지원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집결지 사람들은 파주시의 이런 주장을 의미 있는 웃음으로 대신하고 있다.



 김경일 시장은 2023년 초 성매매집결지 폐쇄 선포식에서 “대추벌에 아직까지 성매매집결지가 있는 줄 몰랐다. 파주시장에 취임을 해서 알았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원 재직 당시 지역구가 바로 성매매집결지가 있는 파주읍인데도 이런 말을 해 실소를 자아냈다. 그리고 김 시장은 여러 행사장에서 “집결지에 있는 업주와 종사자는 파주시민이 한 명도 없다. 집결지를 찾는 성구매자도 파주시민은 한 명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방인 취급을 했던 집결지 사람들이 파주시체육대회에 선수 추천을 받았다. 선수 출전 자격은 그 거주지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파주시장이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김경일 시장의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말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는 참모들 때문이라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바로 성과주의에 빠진 충성경쟁 탓이라는 것이다. 즉 오로지 승진만을 바라보는 공직자들이 시장에게 종사자 200명을 보고한 후 이를 자신의 업무에 연결해 성과를 부풀려 존재감을 알리려는 데서 부정확한 정보가 오간다는 지적이 높다.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성노동자 모임 자작나무회는 지난해 2월 파주시의회에 폐쇄 유예를 청원했다. 2~3년만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었다. 청원은 부결됐다. 파주시는 시간을 끌려는 수작이라며 유예 청원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성매매집결지 폐쇄 담당부서와 참모들은 이제라도 김 시장을 위한 승진바라기 충성경쟁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김 시장은 이제라도 성노동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아닌 성산업 카르텔을 ‘해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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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거 받고 노래방 일하면 안 걸려요.”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금 믿을 수 있겠어요? 파주시장이 여길 없애겠다고 선포했을 당시부터 일했던 아가씨들이 받아야 하지 않나요? 10년, 20년 전에 있었던 아가씨들이 받는 건지, 아니면 여기서 근무를 하지 않은 아가씨들이 받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파주시가 밝힌 자활신청자 19명의 실체도 솔직히 투명하지 않아요. 아가씨들이 여길 떠나도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우리가 서로 공유하고 있거든요. 파주시가 자신 있으면 한번 공개해 보세요.”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성노동자모임 대표 ‘별이’ 씨가 22일 집결지를 찾은 경기도의회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별이 씨는 또 “10년 전 여기서 일했던 종사자 한 분한테 연락이 왔어요. ‘언니 그거(자활지원금) 받고 다른 데 노래방 가서 일하면 안 걸려요. 언니도 지원금 받고 나와서 운정 오피스텔 뛰면 되는 거예요.’ 하더군요.”라며 지인의 전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니까 파주시가 밝힌 자활신청자 수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별이 씨는 ‘파주시가 현재 집결지에 남아 있는 종사자를 30명이라고 주장하는데 자작나무회가 조사한 숫자는 정확하게 66명’이라고 했다. 경기도의회 고준호 의원 등 인권위원회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