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파주시장이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사람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며 공권력을 앞세워 행정대집행 등 해체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미군기지 활동가들이 성매매집결지 안에 있는 ‘술이홀여성인권센터(센터장 윤숙희)’를 방문, 폐쇄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했다.
1955년 양띠들로 구성된 활동가들은 16일 오전 용주골 현장사진연구소 교육관에서 한국전쟁과 함께 형성된 미군 기지촌과 성매매집결지의 국가적 책임에 대한 이용남 사진가의 강연을 듣고 도로를 경계로 나뉜 미국의 인종차별 현장인 흑인출입지역과 백인출입지역을 돌아봤다. 그리고 갈곡천 건너 한국인출입지역이었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를 방문했다.
민족시인이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 의장인 한도숙과 경기도 미군부대의 평택 이전을 위한 확장 반대 투쟁을 주도했던 김용한 전 성공회대 교수, 화성시 매향리 미군 전투기 폭격장 폐쇄 싸움을 벌여 농섬을 되찾은 매향리폭격장폐쇄대책위 전만규 위원장 등 6명은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안에 있는 ‘술이홀여성인권센터’를 지지 방문해 윤숙희 센터장의 안내를 받았다.
윤숙희 센터장은 “대추벌 성매매집결지는 당시 미군 기지촌이 없었던 곳에 형성된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미아리 텍사스 등의 집결지와는 결이 다르다. 정부는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했음에도 이곳을 성매매 단속 예외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는 미군과 한국인의 불필요한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미군병사의 성욕을 충분히 보장하고 여성들을 한곳에 집결시켜 관리하겠다는 우리 정부와 미군 당국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라며 “이곳 연풍리 성매매집결지는 파주시가 폐쇄 선언을 하기에 앞서 집결지 형성에 따른 정부의 사과가 우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술이홀인권센터 자문위원을 수락한 김용한 전 성공회대 교수는 “파주시가 폐쇄와 해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집결지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생존 카르텔을 정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공권력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성 전문가, 활동가 등을 동원해 집담회, 토론회 등의 식상한 방식으로 시민을 우롱한다. 이 집결지 문제는 철저하게 사회와 괴리돼 왔던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이들의 삶은 전문가나 활동가의 알량한 지식이나 유창한 화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또다른 사회적 구태이다. 집결지 해체 문제는 종사자, 업주, 건축주 등 직접 당사자를 비롯 청소와 음식 등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 빨래방, 세탁소, 미용실, 홀복장수, 편의점, 중국집, 분식집 등의 배달 음식점, 매일 수백여 명의 식자재를 공급하는 농부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시민공론장’의 개최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술이홀인권센터에는 시인이며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인 조정 작가를 비롯 정치인, 영화감독, 소설가, 사진가, 문화예술인 등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의 대학과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의 역사올레가 계획돼 있다. 특히 17일에는 파주교회의 한 신부가 술이홀여성인권단체 사무실에서 축복식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