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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용주골 사진사] 기지촌 사진사들, 그때 그 카메라에 필름을 넣으며…

“이 카메라로 찍으면 사진 정말 죽여줬지. 사람이 그냥 사진 속에서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니까. ‘아거스’ 카메라는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지 최고… 게다가 벽돌처럼 생긴 그 카메라는 어쩌다 바닥에 떨어뜨려도 깨지질 않아. 하여튼 엄청 튼튼했으니까. 쌈질할 때도 한 역할 했었다니까, 그럼…” 

 1960년대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촌 용주골에서 미군클럽을 드나들며 사진을 찍어 생활했던 1937년생 김성근 사진사의 ‘아거스’ 카메라 자랑이다. 김 씨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을 한 후 1957년 부산에 주둔하던 미군을 따라 파주 용주골에 왔다.



 미군부대 도서관에서 사진기술을 배운 김 씨는 RC1(Recreation Center 1)으로 불린 용주골 미군 휴양소 매점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군을 통해 ‘아거스(Argus)’ 카메라를 구입했다. 1938년 미국에서 생산된 ‘아거스’는 직사각형에 벽돌과 비슷하게 생겨 ‘더 브릭(Brick)’이라는 별명과 함께 미국의 국민 카메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오다 1966년 일본 카메라에 밀려 생산이 중단됐다.  

 특히 ‘아거스’ 카메라는 영화 ‘해리포터’와 ‘캐롤’, ‘월드 오브 투모로우’ 등에서 소품으로 나와 더욱 유명해졌다. ‘아거스’는 렌즈 좌측에 거리조절계가 있고, 최소 초점거리는 3피트로 약 0.91m이다. 렌즈 바로 위에 있는 레인지파인더를 통해 거리를 확인할 수 있고, 거리계 밑에 검은색 콕킹 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셔터 버튼을 눌러 촬영할 수 있게 돼 있다. 1960년대 ‘아거스’ 카메라의 미국 내 판매가격은 $66.50~$69.50이었고, 교환렌즈는 35mm와 100mm 각각 $49.50이었다.



 파주시 도시재생사업에 동참한 현장사진연구소는 이 ‘아거스’ 카메라를 10여 대 구입해 1960년대 기지촌을 찍었던 사진사들에게 나눠주고 용주골 사진기록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도시재생의 주체는 주민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사진연구소는 이 프로젝트 참여 자격을 1950년 이전 출생한 어르신들로 한정했다. 

 이 프로젝트의 제1기 사진반에 김성근, 김홍인 사진사를 비롯 5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12일 현장사진연구소 작업공방에 모여 ‘아거스’ 카메라를 40여 년 만에 다시 만져보고, 필름도 직접 카메라에 끼워넣었다.



 현장사진연구소와 어르신 사진반은 찍은 필름을 직접 현상하고 암실에서 인화 과정을 거쳐 나온 사진을 놓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또한 이렇게 어르신들의 시선으로 촬영된 사진은 전시회와 책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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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사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주시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페쇄를 위한 여행길 걷기 행사가 30일 진행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참가자와 집결지 종사자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기동대가 땡볕에 열을 지어 서 있다.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 쓴 성노동자와 여성단체 회원들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모두 고생이다. 경찰 무전기로 용주골 문화극장에 모여 있던 여행길 참가자 소식이 들려온다. 80명이 이동했다는 연락이다. 경찰 기동대 발소리와 함께 성노동자와 업주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갈곡천 연풍교를 지나는 모습이 가림막 틈 사이로 보인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집결지 안으로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 때문에 연풍리 1-3구역 재개발의 희망이 무산됐다.”라는 내용의 펼침막 20여 개가 걸려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가자들은 성노동자 대기실인 유리방을 힐끗힐끗 들여다본다. 한 참가자는 유리방 안에 있는 빨간색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 있는 건가 봐.”라며 호기심에 찬 손짓을 한다. 갈곡천 콘크리트 제방과 집결지 건물 사이의 그늘막을 벗어나자 한 참가자가 양산을 꺼내 쓰고 성노동자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자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