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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사진이야기] 다시 돌아보는 축혼위령비



그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쫓아다녔다. 양돈농가의 허탈과 시름, 그리고 살처분 앞에 선 돼지의 울음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가 오길 기다렸다. 아니면 먹구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축산농가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1113일 드디어 비를 만났다. 하늘이 꺼멓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그 시름을 사진으로 담아내기에 아주 적당한 날씨다. 평소 눈에 봐 두었던 적성면 어유지리로 내달렸다. 이곳에는 축혼위령비가 있다.

 

 ‘축혼위령비에는 “20101214일 구제역이 발생되어 2011311일 종료 시까지 매몰된 파주와 연천지역 257,207두 가축의 그 혼령을 위로하고자 이 비를 건립하였습니다. 20111214일 파주 연천지역 축산농가 일동이라고 기록돼 있다.

 

 어유지리 축혼위령비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 꼭 1년 만에 세워졌다. 당시 위령비가 세워지게 된 것은 파주연천축협(조합장 이철호) 대의원회에서 이상영 대의원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회의 참석 수당을 모두가 좋고 바람직한 일에 써 달라.”라며 축협에 800여만 원을 자진 반납하면서 시작됐다.

 

 축협은 고민 끝에 축산업 발전을 위한 구제역 축혼위령비를 건립하기로 뜻을 모으고, 700만 원을 더 보태 1,500만 원을 마련했다. 파주연천축협 신덕현 이사가 추진위원장을 맡아 비문 내용을 마련하고 세울 장소 등을 물색했다. 그리고 파주와 연천 경계에 있는 어유지리로 확정됐다.

 

 제막식에서 이철호 조합장은 우리 지역에서는 구제역 사태로 500여 축산농가가 자식같이 기르던 가축을 산 채로 땅에 묻었다. 이제 1년이 지나 가축의 혼령을 위로하는 한편 축산농가의 재기와 지역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축혼위령비에 담았다.”라고 말했다.

 

 20199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대한민국 첫 번째로 교하 양돈농가에서 발생했다. 이후 110,499두가 살처분되고 15,340두가 수매돼 양돈농가는 그야말로 완전 초토화됐다. 연간 4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파주연천축협의 돈모닝 포크도 운영에 큰 타격을 받았다.

 

 파주지역 일부 언론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희생된 가축의 혼을 위로하는 축혼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파주연천축협은 주최 측 관계자로부터 500만 원을, 북파주농협은 100만 원과 보리쌀 200개 등의 협찬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취재진이 주최 측 한 관계자에게 축혼제는 축협 등 관련 단체가 주최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언론사가 오히려 위로받아야 할 파주연천축협 등 농민 단체로부터 돈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엄숙하게 치러지는 축혼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줄 보리쌀 200개를 북파주농협에 요청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파주연천축협은 축혼제를 직접 진행하지 않는 사유에 대해 언론사보다 축산단체에서 축혼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천군이 아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가 양돈농가의 피해 보상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축혼제를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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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사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주시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페쇄를 위한 여행길 걷기 행사가 30일 진행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참가자와 집결지 종사자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기동대가 땡볕에 열을 지어 서 있다.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 쓴 성노동자와 여성단체 회원들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모두 고생이다. 경찰 무전기로 용주골 문화극장에 모여 있던 여행길 참가자 소식이 들려온다. 80명이 이동했다는 연락이다. 경찰 기동대 발소리와 함께 성노동자와 업주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갈곡천 연풍교를 지나는 모습이 가림막 틈 사이로 보인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집결지 안으로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 때문에 연풍리 1-3구역 재개발의 희망이 무산됐다.”라는 내용의 펼침막 20여 개가 걸려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가자들은 성노동자 대기실인 유리방을 힐끗힐끗 들여다본다. 한 참가자는 유리방 안에 있는 빨간색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 있는 건가 봐.”라며 호기심에 찬 손짓을 한다. 갈곡천 콘크리트 제방과 집결지 건물 사이의 그늘막을 벗어나자 한 참가자가 양산을 꺼내 쓰고 성노동자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자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