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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정말 우린 힘들게도 열심히 살았어.”

아들의 이름을 따 지은 호철상회는 금촌에서 제일 먼저 장이 섰던 문화로 뒷골목 구시장에 있었다. 지금은 건강상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는 부부상회라는 이름이 붙었다

 

 “처음엔 작업복 같은 남성복을 팔았어. 우리 애들이 고생했지. 우리야 부모니까 당연히 고생을 하는 거지만 애들이야 무슨 죄가 있어 그렇게 고생을 했는지.....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정말 우린 힘들게도 살았고, 열심히도 살았어.”


 

 나무 궤짝으로 만든 돈 통에서 10여 개의 저금통장을 꺼내 보이며 어려웠던 시절을 얘기하는 이재희(85) 씨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읽혀진다.

 

 이씨는 한국전쟁으로 파평면 덕천리로 피란하기 전까지 적성면 장좌리에서 살았다. 이곳은 지금 주한미군 탱크 훈련장으로 변해 있다. 이씨는 파평 샘내시장에서 열여섯 살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10여 년간 장사를 하다가 탄현면 성동리 박영재(86) 씨와 중매 결혼했다.


 “1964년에 결혼을 했는데, 하필 그 해에 큰물이 나서 농사를 망친 거야. 옛날에야 집집마다 식구는 많은데 먹을 거리는 많지 않았잖아. 그래서 농사지어서는 온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려워 남편이 미군 부대에 취직을 하면서 살림을 내어 나왔지. 그러다가 남편 혼자 버는 것보다는 처녀 시절 장사 경험도 있고 해서 내가 다시 장사를 하게 된 거지.”


 

 이씨는 당시 두 평 남짓한 가게에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숙식을 했다. 남편은 야간 근무를 자청해 미군 부대에서 잠을 해결했다. 방세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10년을 벌어 파주등기소 부근의 땅 60평을 구입했다. 이 땅에 집을 지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파주시의 소방도로 개설로 27평을 빼앗겼다.

 

 “땅이 반이나 잘려나가는데 그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그 춥고 더운 가게에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면서 벌어 산 땅인데 하늘이 노랗더라고. 그냥 땅에 털썩 주저앉았지, .”

 

 

 이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다.

우리는 물장수한테 지게 물을 사서 골목에서 밥을 해가지고 먹었거든. 그때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여름에는 파리가 들끓고, 겨울에는 받아 놓은 물이 얼어붙어 세수는커녕 쌀을 씻을 수도 없었어. 게다가 손님 받느라고 밥때를 놓쳐 조금 한가할 때 밥에 물을 말아 후딱 먹을라치면 손님이 또 들어오는 거야. 그렇다고 손님들이 옷을 다 사가는 게 아니잖아,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열 명 중 두세 명이 사가는 거니까. 그러다 보면 물 말아놓은 밥에 살얼음이 얼어 있는 거야.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입에서는 얼음 소리가 들렸지. 그래도 이 고생을 이겨내면 온 가족이 오순도순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땅을 그렇게 빼앗기고 나니까 정말 어떻겠어? 자살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

 

 그래도 이씨 부부는 나라가 있어서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며 돈 많은 사람들이야 몇 억씩도 세금을 내지만,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땅을 내놓은 우리가 더 애국자 아니겠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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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사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주시의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페쇄를 위한 여행길 걷기 행사가 30일 진행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참가자와 집결지 종사자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 기동대가 땡볕에 열을 지어 서 있다. 검은 옷에 모자를 눌러 쓴 성노동자와 여성단체 회원들도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모두 고생이다. 경찰 무전기로 용주골 문화극장에 모여 있던 여행길 참가자 소식이 들려온다. 80명이 이동했다는 연락이다. 경찰 기동대 발소리와 함께 성노동자와 업주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갈곡천 연풍교를 지나는 모습이 가림막 틈 사이로 보인다. 여행길 참가자들이 집결지 안으로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 때문에 연풍리 1-3구역 재개발의 희망이 무산됐다.”라는 내용의 펼침막 20여 개가 걸려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참가자들은 성노동자 대기실인 유리방을 힐끗힐끗 들여다본다. 한 참가자는 유리방 안에 있는 빨간색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앉아 있는 건가 봐.”라며 호기심에 찬 손짓을 한다. 갈곡천 콘크리트 제방과 집결지 건물 사이의 그늘막을 벗어나자 한 참가자가 양산을 꺼내 쓰고 성노동자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자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