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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폐쇄와 해체, 그게 그거라는 공무원의 억지”

올해 마지막 회기인 파주시의회 정례회 자치행정위원회가 29일 복지정책국의 새해 예산을 심사하는 자리, 이날 화두는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예산이었다. 최유각, 이진아, 이익선 의원이 차례대로 질의를 이어갔다. 이진아 의원이 성매매집결지의 ‘폐쇄와 해체’에 대해 묻자 복지정책국 이승욱 국장이 “폐쇄와 해체는 같은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취재진이 정회시간에 이승욱 국장에게 “성매매집결지 폐쇄와 해체가 정말 같은 뜻이냐?”고 물었다. 이 국장의 대답은 명료했다. “폐쇄든 해체든 결국은 거길(성매매집결지) 없애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같은 거죠.”

 이승욱 국장의 간단명료한 대답은 김경일 시장의 행정철학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듯하다. 결국 이러한 방침은 파주시의회와 파주시가 1년 내내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파주시의회는 그동안 집결지 사람들과의 대화를 수차례 주문했다. 특히 성매매집결지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와 연풍리 상인들의 생존권도 살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경일 시장은 여러 공식 행사장에서 ‘성매매집결지에는 파주시민이 한명도 없다’거나 ‘성구매자도 파주시민은 단 한명도 없어 파주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며 ‘폐쇄해야 한다’라고 목청을 높여 왔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도 소통과 대화보다는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결과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집결지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이른 아침에 토지주의 허락도 받지 않고 농경지를 포크레인으로 짓밟고 들어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다 쫓겨가는 등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 정말 파주시의 말대로 성매매집결지 ‘폐쇄’와 ‘해체’는 같은 것일까? 사전적 의미의 ‘폐쇄’는 ‘문 따위를 닫아걸거나 막아 버림, 혹은 기관이나 시설을 없애거나 정지함’을 뜻한다. 그리고 ‘해체’는 ‘단체 따위가 흩어지거나 그것을 흩어지게 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해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파괴를 떠올린다. 그래서 불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체’란 즉물적인 의미에서 무엇인가를 파괴하거나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념 이면에 묻혀있던 것을 발굴하여 의도하지 못했던 진실을 밝혀 내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파주시의 의뢰를 받아 미군 기지촌 위안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정연주 교수의 지도를 받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환경계획학과 황수연의 석사 논문에서도 전주시 성매매집결지 ‘선미촌’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집결지의 회복적 해체의 중요성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회복적 해체란 통상 이루어지는 성매매집결지의 일괄 철거와는 다르게, 지역 주민, 여성 등 다양한 주체들의 상호 이해와 소통을 통해 그 공간에서 성매매를 가능하게 했던 구조를 보다 회복적인 방향으로 해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복적 해체란 단순히 성매매집결지를 없애고 그 공간에 새로운 기억을 이식하는 것이 아닌, 성매매집결지라는 사회적 외상에 대해 성매매 종사자와 주민을 비롯한 지역 주체의 상처와 낙인을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회복적 해체는 통상 이루어지는 일괄적인 철거 방식이 아닌 성매매집결지를 역사적, 시대적 맥락에 따라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 이해와 소통을 보다 회복적인 방향으로의 해체를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파주시는 전주 ‘선미촌’의 사례를 모델로 삼아 집결지 안의 건물을 매입해 거점시설로 삼는다며 내년 예산에 6억 원을 편성하면서도 선미촌이 종사자와 지역 주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7년여 만에 집결지를 해체한 것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있다. 이렇게 철거를 앞세운 파주시의 토목행정 때문에 성매매집결지의 해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파주시는 성매매집결지 강제 철거에 앞서 파주시민의 대의기관인 파주시의회와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학부모회 등 교육계를 이용해 파주시의회의 예산 심사를 압박하려 했던 사안에 대해 파주시장의 공개사과가 있어야 하며, 관련자에 대해서는 경위서가 아니라 실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성매매집결지 해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담당자들이 ‘폐쇄와 해체는 그게 그거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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