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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시장사람들] “시장 전봇대에 발을 묶어 키운 아홉 남매”


현장사진연구소가 금촌 전통시장 골목에 있는 새우젓 가게를 찾았다. 새우젓 가게는 문이 열린 듯 닫힌 듯했다. 그리고 20여 년 전 시장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사진작업을 할 때 만났던 이경화 할머니가 5년 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84세였던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현장사진연구소에 내가 아들을 국가에 바쳤듯이 파주시도 전통시장을 활성화시켜 주면 고맙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했다. 이 말이 사실상 유언이 됐다.

 

  이경화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 중국 만주에서 결혼했다. 남편과 함께 북한 신의주와 흥남부두에서 살다가 스무 살에 해방을 맞아 전남 목포로 내려왔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떡을 머리에 이고 문전으로 다니며 생활하던 할머니는 인천으로 옮겨 하숙집을 운영하다가 1956년 금촌에 와 생선장사, 마늘장사에, 순대국밥을 팔다 금촌새우젓 가게를 차렸다.


 

  “고생? 아휴! 책을 열 권은 쓰고도 남을 거야. 고생한 보람이야... 애들 남한테 한 놈 안 주고 키운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지. 생선은 머리에 이고 앞으로 한 놈, 뒤로 한 놈 들쳐업고, 또 한 놈은 걸리게 해서 저기 파평 샘내, 금파리 등지로 장사를 다녔지. 그때는 물건값을 돈으로 주기보다는 쌀, 콩 등 곡식으로 줘서 다 팔고 돌아올 때는 짐이 더 많았어.”

 

  할머니는 애들과 큰 문제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논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한 겨울, 이씨는 여느 때처럼 아이 둘을 들쳐업고 문산 여우고개를 넘어 임진각 부근에 있는 마정리 마을에 도착했다. 눈은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말우물(마정리의 옛이름)을 지나 첫 집 사랑방에서 동네 사람들이 국수를 삶아 먹고 있었다.

 

  이불 포대기에 싸여 등에 업힌 아이의 발이 삐져나온 모습으로 이씨가 나타나자 동네 사람들은 미치지 않았냐며 이씨를 야단쳤다.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을 아이들과 함께 얻어 먹었다. 동네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더 이상 팔러 다니지 말고 빨리 집으로 가라며 물건을 모두 사주었다. 그리고 물건값으로 준 쌀을 손수레에 싣고 문산역까지 가져다주었다.

 

  할머니는 또 파평면사무소 앞에서 버스 막차를 놓쳐 난감해할 때 운전사가 버스 뒷거울로 자신과 아이들을 발견하고 버스를 후진해 태워줬던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애를 잃어버릴까 봐 전봇대에 발을 묶어 놓았던 일, 두꺼운 나무상자에 아이를 넣어 키웠던 일 등이 할머니의 옛날을 되돌렸다. “큰아들이 부모님 고생을 덜어준다며 월남전쟁에 자원을 했어요. 그리고 전사 통지서가 날아왔지요.”

 

  63녀 중 큰아들인 이장일 씨는 1966년 해병 제2여단 소속으로 월남전쟁에 파병됐다가 전사했다. 그 충격으로 남편도 1967년 세상을 떠났다. 눈밭 길을 헤쳐 가며 억척으로 살았던 할머니에게는 하늘이 내려앉는 청천벽력이었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국가를 위해 죽었으니 그게 애국이지요. 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 내 아들만 죽은 것도 아닌데... 그래도 고생해 키운 것을 떠올리면 섭섭하긴 하지...” 할머니는 자신이 아들을 국가에 바쳤듯이 파주시도 전통시장을 활성화시켜 주면 고맙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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