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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재능기부 결혼식과 입으로 정치하는 파주시의원

“아직도 파주에는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처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미군 기지촌이었던 파주는 이른바 양색시라고 불린 미군 위안부 여성들이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문을 열면 비가 들이치는 쪽방에서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파주여성민우회 윤숙희 전 대표가 오는 11월 외유성 해외연수를 준비하고 있는 파주시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윤 전 대표는 왜 파주시의원의 해외연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미군 위안부를 거론했을까. 윤 전 대표가 이 자리에서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감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10월 초 흑인혼혈 여성의 결혼식이 있었다. 이 결혼식은 여러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결혼식장은 탄현면 대동리의 자유로 옆 ‘다온숲 풀빛정원’이었다. 파주 향토사업가인 우호건설 박호식 대표가 아직 개업도 하지 않은 건물과 잔디정원을 결혼식장으로 내놓았고, 잔치 음식은 다온숲이 준비했다.



 이날 음식은 전통 잔치국수로, 대동리 주민들이 다온숲에 모여 직접 삶았다. 다온숲 직원 10여 명이 음식을 나르는 등 자리를 안내했다. 결혼축하 연주는 운정의 대안학교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요양원에 있는 신부의 어머니를 모셔오는 일은 파주시 보건소와 은평재활원의 사회복지사가 맡았다.
 
 신랑의 축가에 이어 가수 인순이가 하객 틈을 헤치고 등장했다.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인순이는 신랑신부에게 항상 ‘혀의 칼’을 조심하라는 덕담과 함께 ‘행복’이라는 축가를 불렀다. 미국에서 해외 입양인의 어머니로 불리는 ‘디앤 볼세이’ 영화감독도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디앤 감독은 에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감독이다. 디앤 감독의 통역은 파주여성민우회 윤숙희 전 대표의 초등학교 친구가 맡았다.
 
 신부의 고향은 문산 선유리다. 신혼방은 엄마와 살던 작은방에 마련됐다. 윤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문을 열면 비가 들이치는 쪽방이 바로 그 방이다. 신혼방 도배를 비롯한 개보수는 파주시행복장학회 성경용 사무처장 등 그 일행이 재능기부했다.



 결혼식 준비의 가장 큰 문제는 하객이었다. 신랑신부의 친인척이 거의 없는 데다 신부의 피부색이 달라 사회적 편견에 따른 폭넓은 교류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파주시청 공무원들과 대동리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결혼식을 축하했다.


 윤숙희 전 대표가 미군 위안부와 그 가족의 상처를 거론하면서 파주시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지적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어려움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실제 이 재능기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파주시의원 두 명을 초청했다. 초청의 글에서 “미군병사를 아버지로 둔 흑인혼혈 신부가 결혼을 한다. 신부는 치매 질환이 있는 어머니밖에 가족이 없다. 신랑도 비슷한 처지이다. 축의금보다는 자리를 채워줄 하객이 더 절실하다. 자리를 꼭 채워주면 고맙겠다.”라며 호소했다. 그런데 시의원 한 명은 결혼식에 참석했고, 다른 한 명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의원은 이후에도 아무런 축하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내 지역, 내 이웃의 아픔은 외면하면서 해외연수에서 무엇을 배워 오겠다는 것일까? 그 배움을 과연 누굴 위해 쓰겠다는 것일까?
 
 시의원들은 후보 시절 ‘파주발전과 시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저를 파주시의회로 보내주시면 시민만을 보고 열심히 일하겠다.”라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 시의원들이 불과 의정활동 시작 몇 달도 되지 않아 준비한 밑천이 떨어져 해외연수를 가겠다니 이에 공감할 시민들이 몇이나 될까. 시민 세금 들여 해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나마 시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 기자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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