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파주시장님께서 취임 이후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던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과감히 추진하였고, 시장님의 용기와 도덕적 리더십 덕분에 파주는 정의롭고 건강한 도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자신을 문산이 고향인 파주시민 김미숙이라고 소개한 여성이 파주에서 개최된 ‘타운 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이 여성은 “우리는 국가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며 인내하고 살아왔다. 지난 70년 동안 시민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또 하나의 고통이 이어져 왔다. 바로 미군 주둔과 함께 생겨난 용주골 성매매집결지이다.”라며 성매매집결지에 경찰이 상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경일 파주시장도 대통령에게 업소 70곳을 200곳으로 부풀려 보고하며 경찰 지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파주시민 김미숙 씨는 누구도 하지 못한 집결지 폐쇄를 추진했다며 김경일 시장의 용기와 도덕적 리더십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역대 시장 군수들은 왜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추진하지 못했을까? 김경일 시장처럼 용기와 도덕적 리더십이 부족했던 것일까?
1988년과 1995년 자치단체장을 역임한 파주 토박이 고 송달용 시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용주골과 대추벌의 성산업 카르텔이 파주의 경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봄에 미군을 상대하는 여성들에게 영농자금을 빌려 농사를 짓고 가을에 갚을 정도로 성산업이 은행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1969년 닉슨 독트린 발표와 함께 파주시 한미친선협의회와 기지촌정화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 회의에 미군을 상대하는 용주골 업주와 집결지 업주가 참석해 지역의 안전과 발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산업은 사실상 국가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리고 파주의 성산업은 서울의 미아리, 영등포, 청량리 등의 지역과는 달리 미군 병사의 성욕을 해소하고 성병을 관리해야 하는 기지촌 문화의 특성에 따라 대추벌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된 것인 만큼 성산업의 법적 제재에 자치단체와 국가의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1961년 1월 19일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성매매금지 정책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962년 6월 보건사회부, 법무부, 내무부 합동으로 파주, 동두천, 평택 등 총 104개소에 이른바 ‘적선지구’라 하여 성매매 단속을 면제해 주는 ‘특정 윤락지역’을 지정해 위안부들을 집중관리했다. 파주시의 역대 자치단체장들이 집결지 폐쇄를 추진하지 못한 것은 이처럼 윤락행위 단속을 면제하는 정부의 적선지구 지정의 배경을 고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북파공작원 출신이며 연풍1리 이장인 용주골 토박이 이광용(74) 씨는 “연풍초교 축구는 전국에서 알아줬어요. 국가대표도 나왔어요. 연풍초교가 축구를 잘하게 된 데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문화가 한몫했지요. 그리고 갈곡천 건너 대추벌(집결지) 삼촌들이 그때 당시 구경도 하기 어려운 스파이크 운동화를 사주거나 수원이나 안양에서 시합이 있을 때면 가마솥을 차에 싣고 와 운동장에서 삼계탕을 끓여 선수들에게 먹이곤 했어요. 그랬던 것이 큰 힘이 됐어요. 그만큼 대추벌은 지역주민들과 깊숙한 관계에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성매매집결지는 공권력을 앞세운 폐쇄가 아니라 성산업 종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해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타운 홀 미팅에서 “(성매매집결지) 그 분들도 어쨌든 어떻게 해줘야 될 거 아니예요? 그냥 길바닥에 내쫓을 수는 없잖아요.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그냥 생으로, 그냥 무력으로 내쫓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김경일 시장은 “무력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23년 2월 3일 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성노동자모임 자작나무회가 파주시의회에 3년 유예 청원서를 냈을 때, 시의회는 접수하지 않았다. 성노동자들은 파주시장에게도 3년을 유예 해주면 자진해서 나가겠다며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 시장은 “범법자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무력적인 공권력을 행사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한 김경일 시장에게 ‘용기와 리더십’을 상찬한 여성 질문자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시장은 이미 황제수영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