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엄마가 기억을 잃어 버렸어요.

  • 등록 2019.12.23 18:38:10
크게보기

문산의 한 요양원에서 엄마와 딸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조영애 기자

▲ 문산의 한 요양원에서 엄마와 딸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조영애 기자


엄마, 정말 기억이 안 나? 나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쁜 딸. 그리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베기 박이모하고 사진작가 선생님도 왔잖아. 엄마 기억해봐. 엄마가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어떻게 아빠를 찾아...” 문산의 한 요양원에서 피부색이 조금 다른 딸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한 말이다.

 

 딸은 뇌경색과 치매성 질환으로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엄마의 뺨에 연신 입을 맞춰보지만 환갑을 몇 년 넘긴 엄마는 그저 속절없는 표정만 짓고 있다. 딸의 깊은 눈물이 짙은 피부색에 투영돼 흐른다. 우리 근현대사의 기지촌 아픔이다.

 

 딸은 이제 서른이 넘었다.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단 한 번도 버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번듯한 직장에 취업도 했다. 돈을 모아 엄마가 기억하고 있는 아메리카 그 어느 곳을 찾아가는 꿈도 꾸었다. 자신과 닮았을 아버지의 모습도 엄마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엄마의 기억은 딸의 인생이다.

이용남 기자 hjphoto@hanmail.net
<저작권자 © 언론협동조합 파주바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언론협동조합 파주바른신문 | 등록번호 : 경기아51739 | 발행인 : 언론협동조합파주신문 우경복 | 편집인 : 우경복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5길 47 | 이메일 : hjphoto@hanmail.net TEL : 031-943-7600 | FAX : 945-2333 | 등록일 : 2017.11.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경복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전제,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PAJUPLU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