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혼혈 강현숙 씨는 1957년 임진강 건너 미군부대에서 병사들과 함께 몰래 내무반 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입양됐다. 백인 혼혈 강순자(Dawn Tomlinson) 씨는 1956년 문산 선유리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두 사람은 지난 14일 ‘엄마품동산’에서 열린 ‘2025 한국입양인 평화대축제’에 참가해 동방사회복지회 위탁모 생활을 하며 겪었던 신기숙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북받쳐오르는 눈물을 훔치거나 애써 참아냈다.

▲ ‘2025 한국입양인 평화대축제’ 오프닝 행사장인 엄마품동산에서 흑인 혼혈 강현숙(에스텔) 씨와 백인 혼혈 강순자 씨가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위탁모 생활을 한 신기숙 씨가 정성으로 보살폈던 아이들을 입양 보내야만 했던 아픈 기억을 증언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조영애 기자
신기숙 씨는 위탁모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31살에 위탁모를 시작해 19년간 61명의 아기를 키웠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여전히 아이들의 작은 손, 맑은 눈빛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낯선 땅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을 품으며 자라왔을지, 얼마나 한국이 그리웠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 엄마품동산 평화대축제를 통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언제나 소중한 존재였고 지금도 그러하며 존재 자체로 충분히 존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고 항상 여러분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2025 한국입양인 평화대축제 운영위원’인 이혜정 파주시의원이 6월 14일 행사를 앞둔 5월 27일, 대통령 선거운동을 잠깐 중단하고 ‘내가 돌아온 나라 한국’이라는 모자이크 투어 참가 입양인들과 함께 엄마품동산에 있는 돌망태기 기억의 벽에 입양인 네임텍 설치를 하고 있다. 사진 이용남 선임기자
2025 한국입양인 평화대축제 운영위원인 이혜정 파주시의원은 “어린시절 영문도 모른채 해외로 떠났던 입양인들과의 만남은 살면서 좀처럼 느껴볼 수 없는 절절한 애틋함과 깊은 감동이었습니다. 다소 서툴지만 흥겨운 합창과 몸짓 속에 담긴 마음들은 우리가 하나의 민족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언어와 삶은 달라도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그 정서와 감동은 분명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엄마품동산에서 함께 만든 이 흥겹고 따스한 추억이 한국입양인들에게 포근한 친정집처럼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 ‘2025 한국입양인 평화대축제’ 운영위원인 이익선 파주시의원이 지난 13일 엄마품동산에서 입양인들이 초청한 서울의 한 복지시설 아이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날 윷놀이, 제기차기, 연 만들기 등 민속놀이가 펼쳐졌다. 사진 조영애 기자
경기북부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촌 파주읍 출신 이익선 파주시의원은 2025 한국입양인 평화대축제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기억과 치유의 공간 엄마품동산에서 만난 해외 입양인들이 가슴 벅차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모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입양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화뮤지엄에 전시된 입양 당시 모습의 사진과 기록물을 보는 입양인의 눈가에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것을 보면서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아픔과 가족의 품을 떠나야만 했던 입양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평화대축제가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