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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지촌 할머니 “늦었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회를 통과했다. 파주시의회도 전국 기초의회 최초로 기지촌 여성의 생활안정과 복지 향상, 명예회복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조례 제정을 앞두고 있다.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한 미래통합당 이효숙 의원은 30일 최창호 의원과 함께 옛 선유리직업여성자치회회원들을 만나 조례 제정 취지를 설명하고 할머니들로부터 가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할 것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할머니들은 우리는 전쟁의 참혹한 구렁텅이에서 가족과 함께 먹고 살아야 하는 그런 환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사람들은 우리를 양갈보라고 손가락질했고, 우리는 나이 팔십이 넘도록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 우리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스무살 때 살았던 그 쪽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늦었지만 그래도 우리를 기억하는 법을 만들어 준다니 정말 고맙다.”라며 두 의원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들은 또 우리가 국가를 위해 기지촌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달러를 벌게 됐고, 그 달러가 나라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 양색시로 낙인 찍어 온 그 손가락질을 멈추고 우리를 조금만 안아줬으면 좋겠다. 거창한 명예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냥 같은 사람으로 대해 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라고 덧붙였다.

 

 파주여성민우회(대표 윤숙희)29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제정을 환영하는 논평을 내놨다. 아래는 논평 전문이다.

 

[논평] 경기도의회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환영한다.

파주시의회는 성매매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지촌여성에 대한 명예회복과 안정적 지원 마련을 위한 <파주시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기대한다.

 

파주의 기지촌 역사의 흥망을 함께 했던 기지촌 여성들은 파주의 역사에서 소외되어 왔다. 이들은 한때 달러의 화수분으로 파주의 경제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를 견인했지만, ‘양공주’‘양색시로 멸칭되며 시민권을 박탈당해왔다. 파주의 기지촌 여성에 관한 조사나 연구는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으며, 미군의 철수와 함께 이들의 존재도 지워졌다.

 

미군기지촌은 19459월 한국 내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으며 국가가 규제하고 관리하였다. 국가는 기지촌을 조장하고 여성들을 보건소에 등록시켜 의무적으로 성병검진을 받게 하였을 뿐 아니라 낙검자수용소에 강제 수용시키는 등 심대한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이에 미군 위안부 117명은 2014625일 국가를 상대로한국 내 기지촌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여성들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국가가 기지촌의 운영, 관리 전반에 걸쳐 성매매를 능동적, 적극적으로 조장, 정당화한 책임을 인정받았다.

 

민우회는 2018여성과 평화프로젝트를 계기로 기지촌 여성에 관한 강연과 기지촌이었던 지역 일대 탐방을 통해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이들의 왜곡된 삶에 대한 재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당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함을 통감했다. 미군 기지촌 여성의 비가시화된 존재와 역사를 시민들에게 드러내고 알려 이들의 박탈된 시민권을 회복시키고, 고령과 건강악화로 위기에 처한 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오늘 경기도의회 제 343회 임시회의에서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본회에서 102명 재석 의원중 101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본 조례는 이번이 네 번째 발의된 것으로 거듭된 이견 끝에 국가가 성매매행위의 정당화를 조장함에 따라 기지촌 여성들이 인권을 침해 당했음이 인정되어 국내 최초로 법률적 근거를 갖추게 된 것에 의미가 크기에 환영하는 바이다. 이번 조례를 통해 비가시화되었던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왜곡된 여성폭력에 대한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촉구한다.

 

하지만 이번 조례가국가의 성매매 중간매개 및 방조, 성매매 정당화 및 조장 부분에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인권이 침해된 기지촌 여성의 명예회복과 치유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조례 제정의 목표를 어디로 둘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국가폭력 생존자이기에 그들을 지원하는 조례가 복지적 시혜적 차원에 머무르면 안 될 것이다.

 

파주시는 경기도내 미군기지가 가장 많았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원 관련한 제도는 부재했다. 민우회는 지난 3월 파주시시의원과 간담회를 통해 조례제정을 제안했다. 이후 파주시의회에서 미군 기지촌 여성 지원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현재 기지촌 여성 대다수는 70 ~ 80대 고령으로 빈곤과 질병으로 인한 건강문제, 낙인감과 빈곤과 질병 등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생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실생활의 어려움을 접근하기 쉬운 부분부터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도 좋은 시도이나 물질적 보상이나 편익을 제공하는 것 못지않게 젠더관점으로 재조명된 당사자의 명예회복과 치유 역시 중요하기에 이 점이 반영된 조례가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2020429

파주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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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남편 추억 깃든 ‘리비교’와 함께 떠난 미군위안부” 사진은 미군 기지촌 여성이 1960년대 중반 임진강 리비교를 배경으로 찍은 모습이다. 1936년생인 이 사진 속 여성은 얼마 전 세상을 마감했다. 마을에서 깜둥이 엄마로 불린 이 할머니는 스물여섯 살에 미군클럽과 유흥주점이 즐비한 파평면 장마루촌에 들어왔다. 파평면 장파리는 영화 ‘장마루촌의 이발사’ 촬영 장소와 가수 조용필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할머니는 매일 술 취한 미군이 득실대는 다방과 클럽에서 낮과 밤을 보냈다. 서쪽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면 임진강 리비교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리비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1953년 7월 4일 건설했다. 임진강 너머 민간인통제구역 안에는 15개의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저녁이면 일과를 마친 미군들이 미제물건을 어깨에 들쳐 메고 리비교로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양키물건을 사려는 사람들과 미군병사를 꼬셔 술집으로 데리고 가려는 포주, 클럽 여성들이 뒤섞여 리비교는 매일 전쟁터 같았다. 할머니도 나중에 아이 아버지가 된 흑인 미군병사 ‘존슨’을 리비교 앞에서 만났다. 둘은 월셋방을 얻어 동거를 시작했다. 당시 유행했던 계약결혼이다. 그리고 196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