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시기 임진강 남쪽에는 11개의 교량이 놓였다. 임진강은 북한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연천군과 파주시를 지나 한강을 만나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분단 조국의 젖줄이다.
남쪽 임진강은 남북한 군사분계선을 마주하고 있는 태풍전망대에서 시작된다. 미군은 연천군 중면 횡산리의 청둥오리(Mallard) 다리, 군남면에 휘파람(Whistler), 왕징면에 화이트프론트(Whitefront), 미산면에 라이트 상병(Corporal Wright)과 둥지(Pintail)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설했다. ‘둥지’는 나중에 파커(Parker)라고도 불렸다.
파주시 적성면에는 사람들 귀에 익숙한 ‘Teal’과 ‘Widgeon’이라고 불린 다리가 있었는데 틸(Teal)은 ‘물오리’, 위전(Widgeon)은 ‘넓은 여울‘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1960년대 미군 기지촌이었던 파평면 장파리에는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나룻배와 거룻배 부교, 목재다리 등을 이용했으나 임진강 홍수에 다리가 계속 떠내려가자 미군이 엑스레이(X-Ray)라는 해상 작전을 벌여 1953년 7월 4일 콘크리트 다리인 ’리비교(Libby Bridge)를 건설했다.
현재 민통선 해마루촌을 가려면 전진대교를 건너게 된다. 바로 그 다리 옆에 1953년 6월 20일 ‘저어새(Spoonbill)’라는 이름의 다리가 놓였고, 그 아래 임진나루에 지프 등 소형차용 뜬다리 ‘호커폰톤’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거룻배(바지선) 다리로 불린 ‘호커폰톤’은 1951년 7월 개성시 고려동 내봉장(여관)에서 열린 휴전회담에 유엔 연합군과 언론사 기자의 참가를 지원하기 위해 급히 만들어졌다.
‘호커폰톤’ 아래 초평도를 지나 임진각에는 경의선 철교로 진입하는 자유의 다리(Freedom Gate)가 세워져 남쪽 임진강에는 총 11개의 크고 작은 다리가 건설됐다.
전쟁 중에도 임진강의 다리 이름을 저어새, 청둥오리, 물오리, 둥지 등 임진강의 자연환경을 따지었는가 하면 문산 반구정 건너 장단반도를 ‘게 섬(Crab lsland)’이라고 군사지도에 명명한 것 역시 당시 임진강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