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세계 최초로 해외입양인의 고향 ‘엄마 품 동산’이 문을 열었다. 혼혈입양인 등 내외빈 300여 명이 모였다.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 9월 12일 아침은 70여 년 가슴앓이를 걷어내듯 하늘이 파랬다.
혼혈입양인들은 엄마 품 동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과 생김새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이 한국전쟁에 해병대원으로 참전했다가 한국 혼혈인 4명을 입양해 키운 신상호 씨의 양아버지 티오도르 허드슨(Theodore Hudson) 씨에게 평화상을 수여했다. 신상호(Lowell Rojon) 씨는 1955년 파주 법원읍 금곡리에서 출생했다.
파주지역 윤후덕 국회의원이 참전용사의 손을 꼭 잡아 자리를 양보하며 신 씨를 훌륭하게 키워준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게 엄마 품 동산은 감동의 물결로 채워졌다. 윤후덕 의원은 “엄마 품 동산은 해외입양인과 대한민국 국민의 공통된 역사에 대한 소속감을 연결하는 귀중한 연결고리로서 치유와 평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가 직업인 혼혈인 가수 인순이는 이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난 캄캄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울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맘껏 울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여러분들이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 후 나는 내 형제자매를 위해 여기 엄마 품 동산의 잡초를 뽑으며 이곳을 지키겠습니다.”라며 울먹였다.
기념식이 끝난 뒤 혼혈입양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준비한 노래와 사연을 펼칠 때 내빈들은 거의 자리를 뜨고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 가수 인순이와 국회의원 윤후덕은 뒤풀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혼혈입양인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생김새도 다르고 직업도 달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이날은 닮아 보였다. 이들에 대한 해외입양인들의 고마움은 더 했을 것이다.